우리나라와 일본이 최근 '정부 간 협의체 100% 복원'을 선언했지만, 양국 공학계는 기술협력과 관련해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3국 기술협력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현저히 낮았다.
한국공학한림원이 최근 실시한 '2023 한중일 기술협력지수' 조사 결과, 종합기술협력지수는 역대 최저 수준인 57.6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17년과 이듬해 각각 57.5, 57.0을 기록하며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올해는 2019년 이후 줄곧 지켜온 60선을 크게 이탈하며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종합기술협력지수는 한중일 기술협력 실태에 관한 5대 조사 항목인 △협력필요성 △협력효과기대 △양적협력수준 △질적협력수준 △미래가능성에 대한 조사결과를 개별 지수화한 후 그 값을 평균화해 구한다.
특히 기술협력에 있어 일본의 인식이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필요성'과 '협력효과기대' 부문에서 한국, 중국의 지수는 모두 70대를 크게 상회했지만 일본은 각각 60대를 기록했다. 미래가능성 부문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5~60대에 포진한 반면 일본만 40대에 머물렀다.
기술교류의 '양과 질'과 관련해선 3국 모두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협력수준', '질적협력수준' 항목에서 3국의 지수는 30~50사이에 분포됐는데 조사 항목 가운데 최저치다.
이번 조사 결과는 3국의 외교 관계가 얽히고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한중일 공학계의 인식은 미국과의 관계 등과 정치, 지정학적 이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면서 “이와 더불어 최근 한국, 일본의 기술격차가 좁혀지는 상황도 올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반대로 한국,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 정보를 얻는데 관심이 큰 상황”이라면서 “기술 교류에 있어 이러한 외부 상황을 반명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사는 3국 공학한림원이 매년 번갈아가며 한다. 올해 나라별 응답자 수는 한국 57명(30.3%), 중국 82명(43.6%), 일본 49명(26.1%)이다.
한편 이번 조사와 동시에 시행한 '한중일 자율주행 기술 인식 및 협력에 관한 실태 조사'에서 3국은 핵심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로 '도심 자율주행 기술'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자율주행 인지 알고리즘 기술'을 연구개발(R&D) 우선순위 최상위에 뒀다.
한중일 공동협력에 적합한 자율주행 센서 기술 및 정책으로는 '자율주행 센서 기술'을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공동협력에 적합한 자율주행 S/W 기술 및 정책으로 한국은 '자율주행 인지 알고리즘 기술', 중국은 '자율주행 판단 알고리즘 기술', 일본은 '자율주행 판단 알고리즘 기술'과 '자율주행 플랫폼 제어 기술'을 선정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민간 기업 간의 합작 프로젝트와 3국의 자율주행 관련 법률교류를 장려하고 민간 차원에서 기술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공 부문에서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