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투(H2)가 국내 유일한 유틸리티급 바나듐레독스흐름전지(VRFB)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본격 열리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공략한다.
한신 에이치투 대표는 “정부가 2036년까지 22.6GW 규모 장주기 ESS를 구축하기로 하면서 최대 45조원 규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면서 “장주기 ESS에 가장 적합한 흐름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가와트시(GWh)급 생산능력을 갖춰 수요 증가에 대응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VRFB는 바나듐을 전해액으로 사용해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면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출력이 낮고 부피가 크지만 발화나 폭발위험이 없고 충방전 수명이 반영구적이어서 ESS용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다.
에이치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백 메가와트시(MWh) 이상 유틸리티급 흐름전지 생산이 가능한 업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틸리티급 흐름전지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일본 스미토모일렉트릭, 오스트리아 셀큐브, 영국 인비니티 정도가 꼽힌다.
올해 5월 에이치투는 충남 계룡에 330MWh 규모 흐름전지 전용 공장을 준공하면서 본격 양산화 체제를 갖췄다. 현재 이 공장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되는 미국 최대 규모 VRFB 발전소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2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1공장 대비 3배 이상 규모로 구축될 2공장이 완공되면 에이치투는 기가급 흐름전지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장주기 ESS 시장을 공략한다. 장주기 ESS는 에너지 저장 용량이 커서 정격 출력으로 최소 4시간 이상 장시간 방전이 가능한 ESS를 말한다.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수 요소다.
정부는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6년 160MW, 2030년 3.1GW, 2036년까지 22.6GW로 규모 장주기 ESS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 제주 지역에서 첫 입찰이 진행됐다.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면 2036년까지 29조~45조원 규모 시장이 열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장주기 ESS에는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비롯해 리튬인산철, VRFB, 나트륨이온 등 다양한 배터리가 활용될 수 있다. 이 가운데 VRFB는 ESS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산업 기반이 마련돼 생태계 활성화에 유리하다는게 회사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VRFB의 경우 전극, 분리막, 전해액, 카본소재, 부품 등 공급망의 90% 이상이 국산화돼있어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외하고 국내 생태계가 구축된 유일한 대용량 이차전지 기술로 꼽힌다”면서 “기술력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적극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