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민에 크고 작은 불편을 초래했다. 특히 소상공인에 막대한 희생을 요구했다. 매장 영업이 제한돼 많은 소상공인들이 생존의 위협에 노출됐고 오랫동안 운영해온 가게를 닫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5월 공식적으로 엔데믹이 선언되고 마스크를 벗는 일상으로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대하던 장밋빛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전쟁과 같은 국제정세 불안은 세계적 고금리와 고물가를 지속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많은 소상공인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아직도 온몸으로 분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소상공인에게는 생업 외에 다른 것을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가 허락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덮친 이후로 노동·안전·환경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의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상했다. 그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일회용품 규제 등 소상공인을 주된 정책 대상으로 하는 규제가 도입되고 시행이 예고됐다. 하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는 많은 소상공인들에게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력은 충분치 않았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은 소상공인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됐다.
우리 삶의 터전인 환경에 대한 보호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중요한 정책분야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공동체의 의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성공적 정책은 규제와 처벌이 아닌, 사회적 공감대와 자발적 참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규제의 계도기간 만료일이 도래했다고, 이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 생각한다.
경제 상황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다면 환경규제를 포함한 여러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를 헤쳐 나가야 하는 지금은 두 걸음 나아가기 위해 한 걸음 쉬어가는 현명한 속도 조절이 필요한 때다.
현재 소상공인에 대한 각종 규제의 유예도 소상공인이 환경변화에 잠시 숨돌릴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소상공인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추가로 부여한 유예기간은 우리나라 기업의 95%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의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데 있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정부는 추가적인 계도기간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규제가 사회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환경부와 협력해 소상공인이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한편, 규제 계도기간 연장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친환경 대체품을 생산하는 소상공인에게는 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대체품이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 작업공정 효율화 등 구체적인 기술혁신 지원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로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는 소상공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조화로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함께 전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진정한 길이며, 이 길을 걷는 동안 모두 함께 더욱 멀리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원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