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산망 장애가 일단락됐지만 정부의 정상화 발표 이후에도 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연관 잔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 원인으로 네트워크 장비를 지목하고 교체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정부 주장과 배치된다.
애초 하드웨어 단일 문제가 아니라는 산업계와 학계 주장에 설득력이 커졌다. 이제라도 정부가 모든 문제 가능성을 열어놓고 해결책을 찾는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웨어(SW) 및 IT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점심때뿐만 아니라 아침에도 장애가 일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장애 모두 지자체 공무원이 행정 전산 시스템에 접속하는 행정전자서명인증서(GPKI) 인증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자체 공무원은 공무원 전용 행정 전산망 '새올'에 로그인해서 민원 업무를 처리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GPKI 인증이다. 이번 장애는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 내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주무기관은 KLID로, 애플리케이션 관리 및 유지보수를 맡는다. WAS 와 같은 미들웨어는 KLID에 구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발생한 '민원 업무 셧다운'은 새올에서 인증 문제 장애가 발생하고, 온라인 정부 민원 서비스 '정부24'까지 확대돼 불거졌다. 이 때는 백업 시스템 등 마저 작동하지 않았다.
행정 전산망 복구 첫날인 지난 20일에도 장애가 두 차례 이상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에서 민원 업무가 재개된 지 약 5분 만에 국자원 내 차세대 통합운영관리시스템(nTOPS)이 30여분 동안 장애를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도 시스템에 로그인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에는 각종 조달 업무를 처리하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이 약 1시간 동안 마비됐다. 다만 이 시스템은 '민원 업무 셧다운'을 일으킨 전산망 등과는 별개인 것으로 파악됐다.이날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에 오류가 생겨 1시간가량 작동되지 않았다. 원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문제는 행정 전산망 고장이 이제는 더욱 광범위하게, 불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잇따른 행정 전산망 장애는 '하드웨어 오류'라는 정부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는 '민원 업무 셧다운' 당시 원인으로 네트워크 장비(L4 스위치)를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실상은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해도 문제가 잡히지 않자, 이와 연동되는 인증 서버까지 들여다보고 포트 등도 교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IT기업 대표는 “네트워크 장비만의 문제라면 최신 제품으로 교체한 마당에 잔고장이 잇따를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 “이는 생각보다 문제가 복잡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스템 체계 전반을 살피고 근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송천 KAIST 교수는 “현재 행정 전산망은 54개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고 중복되는 '쓰레기' 데이터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면서 “시스템 구동을 위해 프로그램이 어떤 데이터를 찾아 가다가 (쓰레기 데이터 때문에) 길을 헤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이 바로 셧다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에는 데이터 설계를 다시 하지 않으면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데이터를 통합하고 효율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시스템 접속 여러 차례 문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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