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국토 면적도 작은 우리나라가 세계 6대 수출 국가로 도약했다. 이같은 위상 제고 계기는 중소기업의 소재·부품·장비 제조업부터 대기업의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그리고 반도체까지 산업 전 분야의 제조업 능력이 바탕이 되었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제조업 성장의 드러나지 않은 숨은 공신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을 꼽을 수 있다. 1964년 구로, 부평, 주안 등의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한국수출산업공단으로 시작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금 우리나라 전체 산업 단지 입주 기업의 50%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입주 기업의 생산, 수출, 고용도 전체 산업 단지의 50% 수준으로 우리나라 제조업과 수출 경쟁력의 든든한 밑거름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은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단한 혁신을 필요로 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팬데믹 사태 등을 거치면서 세계 주요국은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경제와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여러 제조업 혁신 방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인터스트리 4.0계획, 미국의 첨단제조 파트너쉽, 일본의 로봇 신전략, 중국의 중국제조2025 계획이 이러한 국가 제조업 혁신 정책 사례다.
개별 제조 업체의 자체 혁신 이외에도 기업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 혁신도 당연히 필요하다. 낙후된 기반 시설과 생활 환경 등을 개선해 첨단 산업단지로 개선된 사례는 많다. 영국의 크래퍼드파크, 스페인의 포블레노, 독일의 볼프스부르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들은 다시 한번 제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도 산업단지 활성화와 입주 제조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혁신 방안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러한 혁신 방안은 단순히 국제적 트렌드를 좇아가는 수동적 혁신이 아닌 우리나라 제조업을 다시 한번 부흥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혁신 정책들이다. 이의 일환으로 11월 18일 발표한 디지털 전환 로드맵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자원 낭비없이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스마트팩토리로 일컬어지는 공장 자동화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계획에서 이러한 스마트팩토리 개념은 첫 단계인 1단계에 해당한다. 2단계와 3단계는 각각 기업간 데이터 공유 그리고 산업단지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제조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돼 성과를 이뤄 내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과 상호 협력이 필수다. 산업단지의 디지털 전환에는 초고속 통신망 구축·운영, 데이터 수집·가공·활용 기술, 그리고 보안이 필요한 데이터를 장거리 송·수신하는 암호화 기술이 단계별로 필요하다. 다행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은 이러한 모든 기술과 경험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초고속 유무선 통신망을 바탕으로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접목해 개별 회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고, 스마트팜과 스마트 팩토리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다른 산업단지도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 낸다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산업단지 디지털 전환에 정보통신 업계는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산업단지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정보통신 기술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이상학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leesh2016@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