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디지털 대도약 시대, 아날로그 가치를 묻다

박찬성 한국후지필름 영업 부문장
박찬성 한국후지필름 영업 부문장

언젠가부터 째깍째깍 시곗바늘 소리를 집에서 들어본 지 오래다. 거리에 놓여 있던 공중전화는 퇴물이 되어 작은 책방이나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다른 용도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가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물건들이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태블릿 PC 속 e-북 대신 책장 넘기는 소리가 나는 종이책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카톡이나 이메일 대신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연필로 편지를 써 마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 예약 사이트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즉석카메라나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한국인 여행객(25세에서 34세)이 46%나 된다. 여행을 가서 당연히 편리한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하거나 DSLR같이 화질이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율의 사람들이 일회용 필름 카메라나 즉석카메라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선택한 이유는 실물 사진이 주는 느낌도 한 몫을 한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다시 보지 않아 사진을 언제 찍었는 지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데, 실물로 사진을 간직하면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가 생생하게 떠오르고, 또 한 번씩 다시 꺼내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지난 2년간, 한국후지필름에서는 성수동과 연남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작품이 되는 시간을 뜻하는 '소소일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것이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인스탁스 브랜드 체험과 아날로그 사진만의 레트로 감성 체험을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MZ 세대가 선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유튜버 '드로우앤드류'나 '리플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MZ 세대들이 아날로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MZ 세대들이 아날로그적 경험에 더 열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젊은 세대가 아날로그적 감성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디지털로 경험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아날로그적인 경험들은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MZ 세대들에게는 아날로그가 오히려 디지털보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디지털적인 경험을 하다가 물리적으로 보이는 물건을 다루는 것이 더욱 특별한 경험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가 발간한 '2022 음악 산업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P 판매량(4100만장)은 1987년 이후 처음으로 CD 판매량(3300만장)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무형의 스트리밍 음원 대신 유형의 LP를 소장용으로 소유하고 싶은 요즘 세대들의 취향을 잘 나타낸다.

변화를 쫓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대도약의 시대다. 숨막히게 빠른 변화들 속에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들은 간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 잠시 속도를 늦추고 지금 마주한 일상 속 크고 작은 행복들을 아날로그 사진으로 특별하게 기록하고 기념해보는 건 어떨까.

박찬성 한국후지필름 영업 부문장 chansung.park@lott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