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주요기업 연말 인사가 잇따를 예정이다. 성장세를 보이던 시장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누가 파고를 슬기롭게 넘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주 임원 인사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임원 승진 규모가) 지난해 대비 소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권영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1969년생인 김동명 사장이 선임됐다.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들도 대거 교체했다. 삼성SDI 대표이사인 최윤호 사장은 유임됐다. 그간 경영능력을 입증해온 터라,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더 둔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은 내달 그룹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일부 개편을 단행하며 조직을 정비했다.
전반적으로 업계 승진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를 두고 “시장 상황을 반영해 임원 규모를 20% 이상 정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이 시기를 오히려 투자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가 올해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와 함께 엄중한 메시지를 내는 까닭은 내년 업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빠르게 성장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GM,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전환 계획을 연기하거나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둔화 우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탓이다. 수주 산업인 배터리 업계에도 직접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변수가 많다.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 방향성이 달라지지 않는 만큼 '전기차 대전환'은 달라지지 않을 큰 흐름이다.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내년 실적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선제적인 투자를 이어가야하는 상황이다. 공격 투자와 수익성 확보 사이에서 내년 경영 전략을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동시에 전기차 대중화 시기를 스스로 앞당기는 노력도 중요한 때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소재와 공정 개발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추격을 비롯해 건식 전극 공정이나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한 발 앞서는 경쟁력이 필요하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