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6G) 이동통신 핵심기술인 저궤도(LEO) 위성통신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우주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선점한 시장에 프랑스 유텔셋과 영국 원웹 합병으로 탄생한 유럽연합군 유텔셋원웹, 아마존 카이퍼까지 후발주자로 가세했다. 3강 체제를 중심으로 전세계 위성 인터넷 시장이 본격 개화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와 원웹은 내년부터 국내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다. 가장 앞선 기업은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X다. 올해 국내 자회사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국내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국경간 공급 협정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19년 첫번째 스타링크 위성을 쏘아 올리며 위성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현재 5000여기의 위성을 저궤도 상공에 띄워 전세계 60여개국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00만명이었던 가입자수는 현재 200만명을 넘어섰다. 스타링크는 2027년까지 1만2000기의 위성을 쏘아 올려 커버리지 확대와 품질 고도화에 나선다.
유럽 연합군 유텔샛원웹은 스페이스X와 양강구도를 형성한 기업이다. 원웹은 올해 세계 3대 위성통신 기업인 프랑스 유텔셋과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하고 유텔셋원웹으로 출범했다. 현재 634기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해 우주 인터넷망을 완성했다. 원웹은 알래스카·캐나다 등 북위도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올해 말부터 글로벌 위성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세계 100% 커버리지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위성 인터넷 시장에 가세한다. 아마존은 '프로젝트 카이퍼(Kuiper)'라는 이름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두 개의 시험위성 발사에 성공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위성 발사를 시작한다. 2024년 위성망 구축을 시작해 2029년까지 5년 동안 3236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후발주자이지만 카이퍼 프로젝트에 10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위성 인터넷 3강 구도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위성 인터넷 핵심은 초연결 입체통신이다. 지상의 기지국과 저궤도 위성을 통합 활용해, 육상뿐 아니라 해상과 상공 등 지구 전 지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성망이 지상망과 결합해 글로벌 백본망을 구성하는 것이다.
위성 통신망이 필요한 이유는 지상망만으로는 커버리지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터넷 보급률은 약 60% 수준이다. 영토가 넓은 국가일수록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이 크다. 지형·지리적 특성으로 음영지역이 발생하기도 한다. 위성통신이 광케이블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상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우주 전문 벤처캐피탈(VC)인 스페이스캐피탈은 향후 3~5년간 위성 인터넷이 광대역 통신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부터 스타링크와 원웹의 국내 서비스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저궤도 위성통신 연구개발(R&D)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하며 차세대 우주통신 경쟁에 박차를 가한다. 저궤도 위성망 확보를 위한 민·관·군 협의체인 'K-LEO통신 얼라이언스'도 내년부터 운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예타사업은 위성과 통신 탑재체, 지상국, 단말국의 핵심 기술 자립화와 세계 시장 진출 역량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됐지만 국내기업은 기술력 및 우주검증 이력 부재로 시장 진입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2030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G 시대에 지상망과 저궤도 위성망 통합은 필수적이다. 국내 역시 망 구축이 어렵거나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망구축 제한, 국내에서 지방소멸이 가속화는 상황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중요성이 부각됐다.
본예타가 통과되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위성통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4797억원이 투입된다. 우리나라 위성통신 기술·산업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