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심화되고 있는 지방소멸 위기가 국가소멸로 갈지 모른다는 절박감을 갖고 온갖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오래된 과제다. 그럼에도 지방소멸 방지대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박에 그 이유를 대거나 실감나는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 대책은 시간축과 지역축 그리고 많은 경제 항목을 다루는 경제 축 등 복잡한 '3차원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디어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에 거꾸로 질문을 함으로써 무엇이 문제인지를 좀 간결하게 정리해 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우선 지방교부금이나 지역균형 특별예산을 늘려 지방이 원하는대로 다 주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예컨대 1년에 1조원씩 10년간 기금을 쏟아 부으면 지방소멸이 멈출까 하는 질문이다. 공모방식의 일률적인 도시재생사업이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방의 활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아가 정부 주도의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혜택의 특구정책이 지방의 산업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까. 가장 오랫동안 논란이 된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할까. 수도권은 비수도권보다 압도적으로 '로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 환경인데 이를 뒤집는 일은 회의적이다. 이러한 대책의 중심에 서 있는 게 지방대 문제다. 그렇다면 지방대를 재정으로 지원한다고 우수 청년을 지방대학에 남아있게 할 수 있을까. 이 5가지 질문은 실질적인 지방소멸 방지대책이 무엇인지 암묵적으로 제시하는 듯 하다.
11월 13일 지방소멸과 동전의 앞뒤 관계에 있는 지방대(비수도권 대학)을 지원하는 '2023년 글로컬 대학'이 최종 발표됐다. 15개 대학이 지원해 10개 대학이 통과했다. 이들 대학은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게 되니 가뭄에 단비 정도가 아닐 것이다. 비수도권 대학 최대 정부 사업인 만큼 10개 대학은 대박을 맞은 셈이다. 정부는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로 명명해 앞으로 20개쯤은 더 선발할 태세다.
정부의 대학 지원사업(일반지원)은 빅6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 단위의 지원부서 빅 2인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000억 단위의 지원부서 빅 4인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가 바로 그것이다. 지원사업은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수많은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물론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압도적인 규모의 사업은 최상위 경쟁력을 가진 대학들이 주도한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이번에 교육부가 “글로컬 대학사업은 수십 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이고 또 어느 대학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한 자평을 이해할 수 있다.
대학이 갈수록 정부에 의존해 가는 '천수답 경영'에서 정부가 쏟아내는 프로젝트는 대학엔 생명수나 다름없다. 이번에는 아주 큰 프로젝트다. 교육부는 종전의 사업과 차원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전의 사업도 그랬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단막극을 그리면서도 사업 획득에 전력투구한다. 프로젝트의 한계다. 프로젝트는 일정 기간에 걸쳐 달성하는 치밀하게 짜여진 계획이다. 조직이 하는 대규모의 것부터 개인적인 계획까지를 포괄하는 의미다. 이에 비해 프로그램은 국가나 기관, 단체 등이 장기간 수행하는 중요 목적 달성을 위한 대규모 사업 계획을 말한다. 때문에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도 교육부의 한 신규사업에 머무르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컬 대학이 미래 교육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지역 첨단산업 인재 양성과 지역 동반성장, 나아가 글로벌 개척까지 야심에 찬 비전을 추진해 나가려면 국가 프로그램 아래서 '교육강국 총력체제'를 갖추어야만 가능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글로컬 대학 사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이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부총리도 이 사업을 국가 프로그램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담대함을 보여줘야 한다.
곽재원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한국과총 부회장 kjwon5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