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추진한다. 합병에 성공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가 탄생하게 된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지상파, 종편, CJ ENM, KT스튜디오지니 등을 아우르는 K콘텐츠 수급 역량을 확보, 넷플릭스와 겨룬다는 복안이다. 다만 이미 OTT 시장을 지배한 넷플릭스와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티빙·웨이브, 합병 추진…국내 최대 OTT 탄생 임박
티빙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는 이르면 이번주 중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각각 보유한 최대 주주다.
MOU 체결은 늦어도 내주 초를 넘기지 않을 방침이다. 합병 기업의 1대 주주는 CJ ENM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사 작업을 거쳐 내년 중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말까지는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양측은 합병을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MOU 체결과 합병 여부는 아직 확정된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는 OTT사업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다양한 관점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스퀘어 관계자 역시 “아직 확정된 바 없으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합병해도 가입자 700만 명 수준…“1000만명 넷플릭스와 다른 전략 취해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OTT 서비스·콘텐츠 이용행태 및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 OTT별 일주일 이용률은 △넷플릭스 54.9% △티빙 16.9% △쿠팡플레이 15.0% △웨이브 11.8% 순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티빙의 월 활성이용자(MAU) 수는 510만 명, 웨이브는 423만 명이다. 합병 기업의 이용자 수는 9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면 700~800만 명 수준일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1000만 명이 훌쩍 넘는 넷플릭스와 격차는 여전하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합병을 하는 게 합병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 측면에서도 서비스 하나만 가입하면 되기 때문에 가입자 이탈도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큰 틀에서 업계가 바라던 일로, 양사 경쟁 콘텐츠가 달라 물리적인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높아진 가치로 콘텐츠 투자를 받아 넷플릭스와 다른 모습으로 글로벌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티빙과 웨이브가 합친다고 넷플릭스가 될 수는 없다”며 “넷플릭스가 백화점식 약한 고리 전략을 취한다면 웨이브는 스페셜티·버티컬 전략을 택하는 강한 고리 전략을 택하는 것도 생각해봄직 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양사는 합병으로 높아진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해외 진출 국가의 현지 유력한 플랫폼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가입자 중심으로 구독경제 모델을 구축한 사업자와 번들 상품을 내놓는 방향으로 글로벌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