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은 올해도 어김없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법정 시한을 3주 넘겨 가까스로 연내 국회를 통과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부 제출 예산안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할 것도 분명해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은 어느 때보다 쟁점 사안이 많다. 최대 쟁점인 연구개발(R&D) 예산은 물론 원전, 새만금, 검찰 특활비 등 여야 의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는 사안이 다수다. 이른바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으로 갈려 정쟁이 계속된다. 21대 국회 마지막 예산 심사인 만큼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의원들의 이른바 쪽지 예산이 비공식 회의체인 '소소위'에 날아들 것은 불보듯 뻔하다.
매년 반복되는 정쟁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 원안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대로 삭감된 R&D 예산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국가 행정 신뢰에도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각 국회 상임위에서 내놓은 예비심사검토보고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정부가 삭감한 R&D 예산안의 문제점을 지목했다.
과기정통위, 산중위 모두 한 목소리다.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정규직 및 학생연구원에 대한 인건비 부족 사태, 계속과제 R&D사업 중단으로 인한 행정소송 등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라며 서로 탓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미 수차례 견제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쟁이 한창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후폭풍은 머지 않아 돌아올게 뻔하다. 1년이면 족하다. 과학기술계와 중소기업에게는 정부와 여야 모두가 33년만의 R&D 예산 삭감을 방치한 당사자로 기억될 것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이 머지 않았다. 성적표는 금방 돌아온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