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2050년까지 에너지·재료·수송 분야 탄소배출량을 2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친환경 디지털전환(DX) 분야 공적개발원조(ODA)가 확대돼 '글로벌 그린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국 등 디지털 강국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최근 '그린 디지털전환(DX)' 보고서를 통해 “현재 수준의 노력·투자로는 '2015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앞으로 디지털 솔루션을 중심으로한 기술 혁신이 지구촌 기후행동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디지털 기술이 개도국 등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기후재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후변화로 태풍·폭우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조기경보시스템이 영향권에 드는 주민들에게 사전에 경고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은 농부들에게 가뭄에 강한 씨앗을 추천하는 디지털 농업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나 WB는 여전히 지구촌 30억명이 디지털 사각지대에 남아 있고, 압도적 대다수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 집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도국에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 현지 주민들이 유무선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기후관련 응용프로그램·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자금을 지원할 것을 시사했다.
특히 WB는 디지털 기술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반면, 디지털 산업 자체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전 세계 1.4~4%를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항공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2015 파리협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2030년까지 디지털 부문의 배출량을 적어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WB를 비롯한 다자개발은행(MDB)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서비스 공급 지원 △디지털 부문 탄소배출 감축 등 2축을 중심으로 유·무상원조를 확대할 전망이다. 디지털 강국들의 개도국 그린 디지털 시장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그린 ODA를 확대해 개도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디지털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 촉진방안'을 발표하고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과 일상 전반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또 저전력·고효율 '한국형 그린디지털센터'를 구축해 디지털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최근 일본국제협력단(JICA)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016년 구축한 'Leading Asia's Private Infrastructure' 파트너십을 강화해 일본 기업의 아·태지역 개도국 재생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