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나침반] 정우택 국회부의장 “정쟁용 묻지마 예산 칼질 멈춰야…지도부 묘책 절실”

# 제22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변곡점이다. 하지만 여의도는 아직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이다. 진영과 지위를 막론하고 여의도의 수많은 나침반들은 어디를 가르키고 있을까. 그들에게 길을 묻는다. 〈편집자주〉

정우택 국회부의장
정우택 국회부의장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5선·충북 청주시상당구)은 “여야가 국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평행선으로만 가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지금처럼 예산 심사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여야 지도부가 묘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원전 예산 등을 일방적으로 칼질하는 것을 '야당의 폭주'로 규정했다. 또 R&D 예산과 관련해 우리 과학기술을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정략적 예산횡포, 묻지마 예산 칼질이 더욱 노골적”이라며 “이는 다수 의석으로 정부예산 편성권을 무력화하는 위헌적 행태로, 나쁜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2017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언론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여야 지도부들이 물밑에서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예산 소위에서 여야간 조정이 되지 않는 항목은 별도로 뽑아서 협상테이블을 마련해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곤 했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은 여야의 극한대치 속에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이미 넘겼다. 또 다시 '최악의 예산국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의장은 인터뷰 내내 착잡함을 드러냈다. 다수당인 민주당의 지속된 '탄핵' 시도와 111석 소수 여당이란 악조건이 만들어 내고 있는 나쁜 정치에 대한 한탄이다. 현 정부의 3대 개혁 과제가 여전히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그는 “3대 개혁 과제는 역대 어느 정권도 제대로 손대지 못하고 외면했던 것”이라며 “이 용기 있는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유일한 전략은 국민의힘이 다음 총선에서 충분한 의석 수를 확보하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최근 다선·중진 의원들이 눈칫밥 신세로 전락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대통령뿐 아니라 여야 지도부가 다양한 중진 의원들과 소통한다면 이렇게까지 거대 양당의 극단적인 대립 양상이 연일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으로 '인적쇄신'을 명분으로 중진의원들을 퇴거 대상으로만 치부하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정우택 국회부의장

정 부의장은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 상황을 '외나무다리'에 비유했다. 둘 중 하나가 죽지 않으면 싸움이 끝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가 있으면 야가 있고, 야가 있으면 여가 있는 것인데, 상대를 꼭 죽여야 하는 외나무다리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짚어질수록 그 고통은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한해 의정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중부내륙특별법'을 대표발의한 것을 꼽았다. 국가균형발전, 민생과 국익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소관 상임위 문턱을 통과하면서 올해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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