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사를 읽는 지금, 규모 6.5의 대지진이 일어난다면?”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미래엔딩'은 한반도에서 재난이 발생한다고 가정한 '만약'의 상황을 다룬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이 밀집된 서울 한 복판에 규모 6.5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난다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국민들이 마약의 늪에 빠졌다면. 빛이 없는 세상을 맞이한다면. 한반도에 슈퍼태풍이 온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각종 재난 상황을 시각 효과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있자면, 일상의 당연함은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엔딩'에는 두 가지 특수 장치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한반도의 도시 풍경이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변화할지 보여주는 VFX 기술이다. VFX는 어원 그대로 시각 효과(Visual effects)를 뜻한다. 우리 눈엔 너무나 익숙한 건물과 다리 등 구조물들이 지진 발생으로 참혹하게 변하는 모습이나, 평범한 사무실 일상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는 모습은 시각적인 충격을 준다.
지금까지 VFX가 주로 SF 영화 등에서 현실에 없는 존재를 만들어 내는 기법으로 사용됐다면, 〈미래엔딩〉은 현실에 있을 법한 재난 상황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보다, 실제 건물과 합성한 현실감 있는 시각 효과로 시청자에게 재난을 예습하게 하려는 제작진 의도가 엿보인다.
VFX 활용 분야는 사실상 무궁무진하다. 영상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게임, 스포츠, 의료, 건축 등 폭넓은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VFX 기술은 실제 건물이나 조형물에 시각 효과를 주며, 새로운 영상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미래엔딩'처럼 재난 상황을 예측하기 위한 과학적 분석과 결합한다면 실제 현실 세계에서의 재난 대비책을 마련하는 효과도 배가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재난 발생 시 실제 피해 규모, 대피 요령 등을 안내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미래엔딩'은 단순히 재난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과 대피하는 시간, 동선 등을 계산하는 등 쓸만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래엔딩'의 시뮬레이션 기법은 마치 실제 뉴스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진행 방식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뉴스는 재난이 발생하면 국민들에게 가장 최일선에서 전개 과정부터 복구, 원인을 전달한다. '미래엔딩'은 매일 밤 무심코 보는 뉴스 형식을 통해 재난이 닥친 미래를 미리 예습하며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재난 상황에 대비할 만한 꽤 구체적이고 쏠쏠한 정보도 있다. 최근 공개된 '미래엔딩' 1화 대지진 편은 서울 한복판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팩트를 앞세웠다. 지진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게 아닌, 서울 중심부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피 동선과 정부의 국가 재난 선포에 따른 대피소 운영과 구호 물품은 어떻게 수급되는지 등의 내용도 빠짐없이 다뤘다.
특히, 각 재난 상황별로 해외에서 유사 사례가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부터 수습 과정까지 실제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제작진은 사례 조사와 영상 수집을 위해 총 11명의 피디와 작가가 8개월 동안 기획, 자료 조사, 시나리오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미래엔딩'의 하이라이트는 실제 평범한 일상 속에 재난을 맞이한 '사람들'을 비추고 있다. 매일 출근길에 보던 건물이 무너지는 시각 효과보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다 갑작스런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시사하는 바가 훨씬 크다. 평범한 일상에 속아 예상하지 못한 재난은 곧 재앙이다.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제시하는 '미래엔딩'은 티빙에서 지금 바로 시청 가능하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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