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소국 니카라과 정부가 반정부 성향의 여성을 의도적으로 '미스유니버스' 1위로 뽑았다며, 대회 감독을 반역 혐의로 고소했다.
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니카라과 경찰은 최근 미스유니버스 대회 감독인 카렌 셀레베르티를 반역, 조직범죄, 증오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제72회 미스유니버스에서 미스 니카라과인 셰이니스 팔라시오스가 우승한 이후 발생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니카라과에서 미스유니버스 우승자가 나오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기쁨과 자부심”이라며 축하했다.
하지만 다음날 팔라시오스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위기를 빠르게 반전됐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20년 넘게 집권 중인 니카라과 제26대 대통령이자 독재자다. 인권 당국에 따르면 2018년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 무력 진압으로 사망자가 355명 이상 나왔다. 또한 이후 시위의 중심에 있는 26개 대학이 폐쇄되고 압수수색받았으며, 3000여 개의 시민 단체 및 비정부기구가 불법으로 간주돼 폐쇄됐다. 시위에 가담한 일부 국민은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재산이 몰수됐으며 수천 명이 망명길에 올랐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이 반정부 시위가 자신을 타도하기 위한 세력이 해외 도움을 받아 진행한 정권 전복 시도라고 비판해왔다.
팔라시오스가 2018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오르테가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저항의 상징이 됐다.
이에 부통령이자 영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는 팔라시오스의 승리를 축하하는 야당 인사들의 SNS 글을 저격하며 “새로운 승리의 시대에 우리는 아름답고 마땅히 해야 할 자랑거리를 파괴적인 쿠데타로 바꾸려는 사악하고 모욕적인 시도를 목격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며칠만에 대회 감독인 셀레베르티를 기소한 것이다. 일부 현지 언론은 그가 며칠 전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아 멕시코에 머무르고 있으며, 니카라과에 있는 남편과 아들이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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