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대사가 수십년 간 쿠바 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CBS 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연방 검찰이 빅터 마누엘 로차 전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를 간첩 협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체포된 로차는 쿠바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로, 1981년부터 현재까지 쿠바 정보당국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을 '적'으로 지칭하는 한편, 쿠바 정부의 비밀 정보 수집 임부를 지원하는 '스파이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차는 1981년부터 2002년까지 국무부에서 일했고 2000~2002년 주볼리비아 미국대사를 지냈다. 1994~1995년에는 미국 안보 정책을 총지휘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근무했다. 또한 2006~2012년까지는 쿠바를 관할 구역으로하는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의 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쿠바 정보기관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가 국무부에서 일하는 동안 미국 외교 정책과 관련한 기밀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그는 올해 6월 또 다른 비밀요원으로부터 “아직도 우리(쿠바) 편이냐”라는 질문을 받고는 “화가 난다. 열받는다. 그것은 마치 내 남성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같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쿠바 스파이가 20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지 거의 1년 만에 나왔다. 전직 국방정보국 분석관이었던 아나 몬테스는 2001년 체포되기 전까지 17년간 쿠바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벌였으며, 미국의 비밀 정보 장교들의 신원 등 민감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미국 외교관이 적대적인 외국 세력인 쿠바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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