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망하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카카오가) 망하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최근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내부 비위 폭로전이 벌어지는 등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한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의 한 마디다. 복잡한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편리하게 사용하는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함봉균 기자
함봉균 기자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미우나 고우나 국민은 카카오 덕분에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부재는 지난해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이 되면서 '재난'이라고 여겨질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됐다. 나머지 카카오 서비스들 역시 없어지면 분명 우리 생활에 불편함이 생길 것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카카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도 카카오라는 기업과 서비스가 유지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벌어지는 사태를 지켜보면 '이러다 회사가 공중분해 되는거 아닐까'라는 우려까지 든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경영진이 구속됐다는 부분에서는 '그럴 수도 있구나' 싶었는데, 내부 비위에 대한 공방이 펼쳐지면서는 '회사가 아사리판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내부 감사 결과가 나와봐야 명확해 지겠지만, 폭로된 내용만 보면 '비리 소굴'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조사 대상자는 한 편의 소설처럼 '감찰자'로 나선 인물을 저격하는 모양새로까지 비춰진다. 이쯤되면 카카오 내부 구성원끼리도 서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 스타트업 기술탈취, 독과점과 골목상권 침해 이슈로 경영진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되는 등 이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외우내환을 겪으면서 카카오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나 메타버스, 헬스케어, 웹툰, 전기차 충전 등 미래 신사업 추진이 늦춰지거나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매일 새로운 걸 내놔야 하는 플랫폼 산업계에서 이렇게 신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사실상 뒷걸음질이다.

분명한 것은 김범수 창업자 의지로 회사 트레이드마크가 된 '자율경영'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혁신 대신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문제가 더욱 커졌다. 자율에 따른 책임과 감시, 평가가 부족해 여러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번은 겪고 넘어가야할 일로 치부해선 안된다. 커진 기업 규모와 수많은 이용자에 걸맞는 경영 책임 원칙과 시스템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카카오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국민들이 더 줄기 전에, 카카오 스스로 개선과 혁신에 더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