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조건부 융자, 벤처캐피털(VC) 직접투자 특별보증 등 벤처투자시장을 촉진할 새로운 투자 기법이 속속 등장한다.
5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내년부터 투자조건부 융자 사업을 개시한다.
중기부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내년부터 500억원 규모로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내년 사업 개시에 대비해 '투자조건부 융자 계약 운영 규정'을 제정, 신주 배정한도를 최대 5%로 규정했다.
투자조건부 융자는 벤처투자를 받은 상태에서 후속 투자유치 가능성이 큰 기업에 저리로 융자를 지원하는 대신 소액의 지분 인수권을 받는 제도다. 벤처캐피털(VC)의 스타트업 직접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도 내년부터 실시된다. 중기부는 현재 기술보증기금과 함께 보증 운용 세부지침을 수립 중이다. VC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 은행 등에서 자금을 빌릴 경우 융자금의 80%까지 최대 50억원 한도에서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한다. 앞서 벤처펀드 출자금 조달을 위한 전용 보증을 도입한데 이어 직접 투자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벤처투자시장에서는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인해 다양한 성격의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투자 목적의 재원을 넘어 정책기관 중심의 융자·보증 등 장기 성격 자금이 섞이는 만큼 투자 전략 역시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기업가치 하락 등으로 신규 투자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용한 옵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조건부지분전환계약도 오는 21일부터 법으로 허용된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스타트업에 우선 융자를 제공하고, 후속 투자를 유치할 경우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앞서 도입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과 유사하지만, 만기가 존재하고 채권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보다 유리한 계약으로 꼽힌다.
VC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가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대규모 투자는 물론 M&A를 원하는 전략적투자자(SI)가 SPC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허용되는 만큼 다양한 운용 전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대출이나 투자연계 보증뿐만 아니라 스케일업 팁스 등 벤처투자와 연계한 연구개발(R&D) 지원 등도 확대되고 있다”면서 “과거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목을 매던 때와는 다른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