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뭘까. 재정 측면에서 본다면 건전한 정부 재정 수지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자료에 따라 수치가 조금씩 상이하지만 9월까지 관리재정수지가 70조원 가량 적자라는 뉴스가 있다. 경기가 호전돼 법인세가 늘고 부동산 거래도 늘면 나아지겠지만 정부가 법제화하려 했던 재정준칙 상의 기준을 넘어선 수준인 듯 싶다.
물론 한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다른 기준도 있다. 그중 재정 수지와는 괘는 다르지만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인구 규모나 구조란 것도 있다. 어쩌면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따지는 데 이것만한 것도 없을 지 모른다. 이것의 실상은 다들 알고 있듯 마이너스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인구는 2020년·2021년에 이어 감소했다. 12월 31일 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0.39% 줄었다. 연령 면에서도 고령화는 심화되고 있다. 2022년말 전체 인구 중 고령(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0%다. 그리고 고령 인구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굳이 연령대별 인구 비중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아도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데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에 출생한 코호트로 본다. 그러니 이들은 이미 고령층에 진입했거나 근접했다. 우리 평균 은퇴연령으로 알려져 있는 55~57세를 기준으로 혹은 조금 더 높은 60세로 따져보아도 이들 상당수는 은퇴했거나 앞두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를 1955~1963년이 아니라 1974년생까지 포함한 범 베이비붐 세대로 본다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베이비붐 세대의 존재는 노동력의 대폭적인 증가를 말하는 동시에 그를 뒤쫓아 오는 그만큼 크고 갑작스런 감소를 의미하는 탓이다.
이처럼 베이비붐 세대 존재는 그 자체로 국가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영향을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이것은 재정과 사회의 세대간 문제를 낳는다. 왜냐하면 베이비 붐 세대 다음의 생산연령층에게는 '세대간 이전되는 부담'을 의미할 수 있는 탓이다. 해마다 불거지는 국민연금 고갈과 연금개혁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즈음 되면 우리 국민 누구도 이 상황을 나와는 무관하다고 치부할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이 해결책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는 2022년 9월자 정부 발표도 그중 하나다.
대부분 전문가도 출산율 문제를 베이비 붐과는 별개로 생각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출산율 하락 근본 원인 중에 베이비 붐 세대라는 메가 코호트의 퇴장을 빠뜨릴 수 없는 탓이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사회적 부담을 다음 세대가 져야 할 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대간 스펙트럼'의 다른 반대편, 즉 자녀 양육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다면 출산 장려를 위해 쓰인 280조 원이 효과 없는 데 그만한 이유와 허점이 있었던 셈이다.
국가 지속가능성이란 주제를 누군가는 진부하거나, 결론나지 않을 사회적 담론으로 여길 수 있다. 근래처럼 칼로 벤 듯 갈라선 사회적 가치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생각해 보면 이런 장래의 일을 따질 분위기도 아닌 듯 싶다. 하지만 “내 연금에 문제가 없으면 괜찮아”란 소시민다운 기대로 피해갈 방법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자칫 우리 국민 모두가 온전히 몸으로 겪기 전에 그것이 재정이든 복지나 교육이든 아니면 과학기술 투자든 지속가능성을 정책 근간에 담아야 하겠다. 이것에 “어떻게든 되겠지”는 없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ET대학포럼 좌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