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 대결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을 끈 사건이었다. 당시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 여겨졌지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며 인간이 컴퓨터에 패한 충격적 결과는 AI 가능성과 발전 속도를 세계에 알렸다.
7년이 지난 현재, AI는 일상 생활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 내 음성 인식 서비스부터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안을 제안하는 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간극
하지만, 아직까지 대중의 AI에 대한 기대치와 현재 구현 가능한 AI 기술 수준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용자는 영화나 소설 등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했던 '자비스'나 '사만다'와 같은 완벽에 가까운 AI를 기대하지만, 현실의 AI 기술은 아직 그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동화와 예측 능력은 갖추었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인간처럼 판단하거나 행동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것이 현재 AI 기술 수준이다.
AI 기술 발전사에 큰 획을 그은 '챗GPT' 또한 마찬가지다. 챗GPT는 그간 공개됐던 AI보다 뛰어난 기능을 제공하며 AI의 열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데이터의 한계나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과 같은 문제점도 동시에 지적받고 있다. 할루시네이션은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AI가 거짓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생성·전달하는 현상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이러한 거짓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AI를 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큰 장애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요인때문에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원하는 AI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AI 과학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AI가 자신보다 뛰어난 AI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더 이상 AI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는 '싱귤래러티(Singularity)'에 직면하는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있다.
◇'AI 피라미드 전략'을 통한 고객 경험 및 생산성 혁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9월 AI를 기반으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이 공개한 것이 △AI 서비스 △AIX(AI융합) △AI 인프라 3대 영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생활 전 영역을 혁신하는 'AI 피라미드 전략'이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해 고객의 통점(Pain point)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10월 공개한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A.) 앱의 '에이닷 전화'를 통한 아이폰 통화 녹음 및 통화 요약 기능이다. SK텔레콤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목말라 있었던 통점을 AI 기술을 활용해 해결했다.
에이닷 전화 출시 직후, 에이닷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며칠간 다운로드 수 1위를 지켰으며, 1개월 이상 지난 현재도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아이폰 통화 녹음과 통화 요약 기능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SK텔레콤은 AI를 통신망에 접목함으로써 보안, 교통, 환경·사회·투명경영(ESG) 등 사회 이슈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2022년에만 보이스피싱 발신 10만5000여건, 수신 6000만건 이상을 차단하는 등 범죄 예방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11월 개최된 제 8회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문제 중 하나인 전기통신 금융사기를 예방한 효과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은 AI 기반 위치분석 플랫폼 '리트머스(LITMUS)'를 개발해 도시, 교통, 환경 등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점을 인정받아 MWC 2023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에서 '도시를 위한 최고의 모바일 혁신 사례(Best Mobile Innovation for Cities)'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제24회 전파방송 기술대상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AI 활용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글로벌 기업의 성공 사례
글로벌 기업도 AI를 활용해 고객의 통점을 해결하고 있다. 3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와 함께하는 업무의 미래'를 주제로 온라인 이벤트를 개최해 'MS 365 코파일럿(Copilot)'을 공개했다. 사용자의 생각을 간단히 적기만 하면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자동으로 만들어주고, 엑셀에 작성된 복잡한 숫자에 함수를 넣지 않아도 필요한 통계를 쉽게 도출해낸다. 이는 MS가 고객이 요구하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 사례다.
작은 비디오 가게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으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또한 고객 경험 혁신에 있다. OTT 콘텐츠 홍수 속에서 무엇을 시청해야 할지 몰라 검색 목록만 뒤적거리며 시간을 허비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고객의 개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주는 AI 추천 시스템을 제공해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했고, 이는 넷플릭스를 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선두주자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단말 제조사 역시 AI 도입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사진에 원치 않은 사람이나 그림자 등의 피사체가 포함되었을 경우, AI 지우개 기능을 통해 편집할 수 있게 했다. 또, 통신사·칩셋 제조사와 온디바이스 AI 활용을 통해 스마트폰의 배터리와 발열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기업은 AI를 활용해 고객의 통점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고객의 인정을 받아 기업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통신 산업 AI 대전환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플레이어간 협력과 고객 중심의 혁신 필요
AI가 고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과제는 단일 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따라서, AI 발전을 위해 AI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 기업과의 협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통신사를 비롯해 AI 빅테크 기업, OTT 기업, 통신 장비·단말 제조 기업, GPU·CPU 칩셋 제조사, 그리고 관련 스타트업 등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플레이어가 보유한 자원과 능력을 결합함으로써, AI 기술 발전을 촉진하며 동시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윈-윈(Win-Win)'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통신 산업과 AI의 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관점에서의 접근이 중요하다.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 연구하고 접근하는 것이 아닌 고객의 삶의 방식과 그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통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혁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장에서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AI 기술의 구현 수준과 고객의 기대치의 격차를 줄이고,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통신 산업에서 AI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6G 시대, 단순히 통신망 변화가 아닌 고객 경험 혁신의 장이 되어야
5G를 넘어 6G 시대가 도래할 때, 우리들의 삶은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 영역이 위성 및 UAM 등 상공망으로 확장되고, 단말도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 글라스, AI 핀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 로봇, 센서 등으로 다양화될 것이다. 더 나아가, AI를 악용한 사이버범죄 예방과 어떠한 경우에도 끊기지 않는 통신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요구와 기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6G 시대에는 통신망의 복잡도가 증가하고 요구사항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AI를 적용해 통신망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AI의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면 고객 경험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AI 기술의 활용은 통신 산업과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통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 본 기고문은 챗GPT 4.0을 통해 키워드를 입력해 초안을 만든 후 수정함.
강종렬 SK텔레콤 ICT인프라담당(사장)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PO)
〈필자〉30년 동안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은 통신 전문가다. 1989년 유공에 입사했다. 1994년 SK텔레콤에 입사해 2004년 상무로 승진, 무선 네트워크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2014년 SK브로드밴드(유선) 네트워크 부문장에 임명됐다. 이듬해 SK텔레콤 기업문화부문장을 거쳐 2017년 SK텔레콤의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ICT인프라센터장이 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CSPO 겸직 사장으로 승진하며 SK텔레콤의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용 뿐만 아니라 안전까지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