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전극공정 장비사인 씨아이에스(CIS)가 신개념 전극 건조공정 장비인 '하이브리드 코터' 개발을 완료, 고객사 공급을 추진한다. 생산성을 대폭 높인 하이브리드 코터 장비를 앞세워 글로벌 1위 전극공정 장비사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신제품 출시 효과와 함께 8000억원 이상의 수주잔고가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에 본격 반영, 실적 상승도 예상된다.
김동진 씨아이에스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전극공정 핵심 장비인 코터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수조원 수준에 달하는데, 하이브리드 코터 장비는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코터는 이차전지 전극공정에서 양극과 음극 슬러리를 코팅한 뒤 건조하는 과정에 쓰이는 장비다. 배터리 품질의 70% 이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높다.
기존 코터는 열풍 건조 방식인데, 씨아이에스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장비는 레이저 공정을 적용했다. 열풍 건조에 레이저 건조를 추가, 전극 생산 속도는 약 2배 빨라지고 소비 전력은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코터 장비에 레이저 기술을 도입한 건 씨아이에스 개발 사례가 업계 최초다.
또 기존 코터 장비 길이는 최대 120미터(m)로 배터리 공장에서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하이브리드 코터는 길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 공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김 대표는 “데모 장비를 고객사에 공급해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차세대 이차전지 대응을 위해 리튬인산철(LFP)과 전고체 배터리용 전극공정 장비도 개발 중이다. LFP 배터리용 장비는 생산성 향상과 안전성 유지에 이점이 있는 건식공정 콘셉트로 시제품 제작을 마쳤다. 전고체 배터리에 활용할 수 있는 건식 코터 장비도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으로 2027년 이후로 예상되는 상용화 시점에 맞춰 출시를 준비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내년에 이차전지 장비 공정에 스마트 팩토리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아이에스 모회사인 에스에프에이(SFA)가 자체 구축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지보전 기능을 적용하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장비를 최적 경로로 움직여 공정 생산성이 높아진다.
김 대표는 “에스에프에이와 협업해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장비 생산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려고 한다”며 “올해가 사업 전반을 파악하는 시기였다면 내년에는 스마트 팩토리 적용을 준비하고 신성장 동력을 사업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대표이사직에 취임, 내년에 최고경영자(CEO) 2년차를 맞는다.
씨아이에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글로벌 이차전지 기업에 장비 공급을 확대, 지난 3분기말 기준 수주잔고 81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4.6% 증가한 수치다. 내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장비 리드타임이 18개월로 매출 인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주잔고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가파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씨아이에스가 지난 2002년 설립 이후 전극공정 외길을 걸어왔는데,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씨아이에스는 수요 대응을 위해 1~3공장에 이어 최근 4공장과 5공장을 임차, 장비 생산량을 늘렸다. 제품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6공장 증설도 검토 중이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