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사운을 건 차세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쓰론앤리버티(TL)'가 7일 오후 8시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다. 앞서 진행된 사전 이벤트에서는 벌써 20만개가 넘는 캐릭터 생성이 이뤄졌다. 지난한 개발 과정과 테스트를 거치며 콘텐츠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글로벌 이용자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의 연쇄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중적인 MMORPG를 표방한 TL은 기존 리니지 시리즈 문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다각도로 수렴한 이용자 의견을 토대로 자동 이동과 사냥을 제거했다. 조작 자유도를 높여 전투 자체가 주는 재미와 손맛을 강조했다. 전투 흐름을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구성, 제자리에 서서 스킬만 쓰는 이른바 '말뚝딜'과도 거리를 뒀다.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온 수익모델(BM)도 과감하게 개편했다. 모든 수집 콘텐츠는 인게임 습득만으로 완전하게 달성 가능하도록 했다. 유료 상품으로 일부 보완할 수 있으나 효율을 제한적으로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게임에 많은 돈을 써야만 이길 수 있는 '페이투윈(Pay to Win)'이 아닌 이용자가 스스로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강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향후 글로벌 출시와 함께 콘솔 버전도 지원한다. 아마존과 손잡고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린다. K게임이 가장 잘 하는 MMORPG로 글로벌 게이머 눈높이에 맞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말 진행된 TL 디렉터스 프리뷰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직접 나서 “MMORPG는 누구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세계”라며 “TL이 바로 그런 세상”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분기 매출 4231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 리니지 라이크 경쟁작이 범람하며 이용자가 빠르게 이탈,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 줄고 영업이익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 또한 급락했다. 연초 48만원에서 1년새 26만원대 중반으로 반토막이 났다.
장르 다변화와 플랫폼 확장 등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결정적인 실적 반등은 TL 흥행에 달렸다. '탈(脫) 리니지'를 통해 미래 10년을 책임질 차세대 지식재산(IP)을 확보하고 새로운 이용자층을 굳혀야 한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TL 출시에 따른 엔씨소프트 가치 재평가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BM 개선으로 과거와 같은 폭발적 매출 성장세를 보이기 어려운데다 글로벌 순차 출시로 매출 기여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TL이 기존 리니지 모바일 3종 매출 하락분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연매출 7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대형 IP로 성장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TL 흥행 여부가 엔씨소프트를 넘어 국내 게임업계 전반의 미래 방향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MMORPG 장르로 북미·유럽 시장과 콘솔 게임 영역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