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오승수 신소재공학과 교수·강병화 박사·박소연 박사 연구팀이 이온성 액체로 기능성 핵산 연구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다양한 응용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핵산 분야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게재됐다.
생물의 유전 정보를 저장·전달할 뿐 아니라 압타머처럼 표적 분자를 검출하거나 생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등 다재다능한 핵산을 기능성 핵산이라 한다. 그런데 이 핵산은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응용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초저온 냉동 보관법이나 핵산의 화학적 변형 등 기존 방법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효소를 억제할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핵산의 유용한 기능이 심하게 훼손되기도 했다.
먼저, 연구팀은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기능성 핵산은 물에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데, 핵산을 분해하는 효소 역시 물에서 기능한다. 결국, 물은 핵산의 '집'이면서 동시에 '무덤'인 것이다.
연구팀은 물이 아닌 인산이수소콜린(Choline Dihydrogen Phosphate) 기반 이온성 액체에서도 핵산이 여러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검증했다. 우리 몸에도 존재하는 이 이온성 액체는 생체적합성이 매우 우수하며, 액체 내 콜린 양이온은 핵산의 음전하를 감싸 물과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가수분해를 원천적으로 막는다.
실험 결과, 이 액체는 효소 종류에 상관없이 핵산이 분해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핵산 반감기를 최대 650만배 늘렸으며, 서로 다른 가수분해효소 7개가 혼합된 극한의 환경에서도 핵산은 전혀 분해되지 않고 그 기능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압타머 기반 바이오 분자 진단을 생물학적 용액 내에서 처음으로 구현했다. 타액(침)에는 수많은 핵산가수분해효소가 섞여 있어 지금껏 타액에 있는 바이오마커 검출을 위해 기능성 핵산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이 타액 샘플에 이온성 액체를 첨가하는 간단한 과정을 통해 압타머를 보호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한 간편한 분자 진단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오승수 교수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오염된 샘플과 체액 내에서도 핵산이 손상되지 않고, 기능을 유지함으로써 핵산의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했다.
강병화 박사는 “이번 연구가 핵산뿐 아니라 가수분해에 취약한 다른 분자 활용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민군기술협력사업,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두뇌한국21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