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자동차산업의 2막을 여는 미래차특별법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세계 자동차 산업은 임박한 기후 위기와 디지털 전환의 격랑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탄소중립 지향의 친환경차, 인간이 아닌 시스템이 운전의 주체가 되는 자율주행차, 차량·사물·인프라가 하나로 연결되는 커넥티드카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패러다임으로 향하는 자동차를 총칭해 '미래자동차(미래차)'라고 한다.

미래차 시대로의 여로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과는 가히 제조업의 꽃이라 비유할 만하다. 올해 자동차 수출액은 2016년 이후 최고치가 확실시되며, 현대차·기아는 그룹 판매량 기준 세계 3위를 수성할 전망이다. 더욱이 가장 앞서 현실화되는 미래차인 전기차 부문에서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순위는 2위(7.5%)로 올라섰다. 자동차 업계의 오랜 염원인 글로벌 3강 시대를 목전에 둔 것만 같은 소식이다.

그럼에도 산업 환경의 변화 양상이 우리에게 호의적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고금리 기조, 원자재 리스크, 전기차 제조기지로서 신흥국의 부상 등의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유럽 등은 자국 산업 보호와 미래차 공급망 육성에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새로운 유인과 규제의 등장, 업계 지형의 변화를 차례로 야기하는 것으로서 파급력을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뿐만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도전 과제도 있다. 미래차 산업 육성에는 폭넓고 강건한 부품산업 기반이 선결 조건이지만 많은 부품 기업은 미래차 전환의 방향타를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현장 목소리를 종합하자면 대다수 기업이 미래차 시장 정보, 소프트웨어(SW) 전문인력, 기술·인프라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간에 노하우를 벗어난 새로운 분야에서의 도전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더욱 가혹한 현실에 직면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지난 2년 반 이상을 의기투합한바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는 기쁜 소식이다. 바로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 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미래차 특별법의 통과다. 이 법은 자동차 산업 기반 전환과 새 산업생태계 육성을 목적으로 제정됐으며 정부가 그 과정에서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범위를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고, 새로운 변화를 포용하도록 각종 지원을 제도화하는 것이 골자다.

특별법은 미래차 지원의 초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미래차 및 기술의 정의를 새롭게 도입했다. 정부가 산업 및 기술 발전과 동행하기 위한 범부처 민관합동 기구의 설립 근거도 마련하였다. 또 미래차 부품 기술개발과 사업화 촉진, 선제적 표준화, 규제 개선, 부품 전문기업 지원에 대한 기틀도 확보했다. 디지털화를 고려해 자동차 부품 개념에 SW를 포함했으며SW와 부품의 융합, 서비스에 대한 지원 방향도 명기했다.

미래차 특별법 제정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마중물이자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씨앗이다. 하위 법령이 준비되고 관련 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된다면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이 본격화하고 자동차 산업의 융합적 발전이 수월해질 것이다. 선도적인 기업의 창의적 시도가 규제에 가로막히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 후발주자로서 역사의 1막을 성공리에 마친 우리나라가 미래차 특별법을 계기로 다가올 제2막을 힘차게 열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나승식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ssna@ka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