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40〉다시 플랫폼의 미래를 생각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2014년, 검색엔진과 이메일, 커뮤니티(카페) 등을 제공하는 포털 기업 다음이 스마트폰에 깔아 쓰는 모바일메신저 기업 카카오와 합병한 것은 스마트폰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 시대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카카오의 본격 도약은 시작됐고, 메신저 서비스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교통(모빌리티), 금융, 소매업(선물하기) 등 국민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에 진출하면서 계열사를 늘려 2021년 139개, 올해 167개(1분기 기준)로 급증했다.

유망 기업을 신속하게 인수합병하고, 금융처럼 전통 정보기술(IT)기업이 다뤄보지 않은 이질적 분야는 분사시켜 성장에 집중토록 하는 등 성공적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거쳤던 성장의 궤적을 카카오나 네이버도 그대로 따르는 듯 했다. 하지만, 일부 자회사들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모기업에 손을 벌려 지원을 요청하거나 다시 모기업으로 병합되는 단계에 이르는 등 이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또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계속되면서 커진 덩치만큼이나 늘어나는 사회적 책임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고,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소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속한 확장 국면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이 추구한 바는 국민의 일상에 항상 함께하는, 삶의 동반자 역할이었다. 카카오의 경우 네이버에 이은 2위 업체로서 1위가 가져야 하는 부담과 사회적 감시의 시선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공격적 사업 확장은 큰 저항에 직면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면서 택시 기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저항하기도 했고, 미래 교통수단이냐 테크 기업의 탐욕이냐는 논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카카오가 점차 택시호출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서부터, 배차과정의 투명성 요구도 계속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방아쇠로 촉발된 디지털대전환 흐름에서 구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행태는 국내 플랫폼 기업과 어떻게 다를까? 코디 오그덴(Cody Ogden)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구글이 없앤 서비스(Killed by Google)'라는 웹사이트에는 2000년대 이후 구글이 운영했다가 없앤 서비스가 무려 293개나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등재된 서비스를 살펴보면 구글 역시 한 때 부동산 매물 서비스 제공을 시도하는 등 전통산업 진출을 모색한 흔적도 남아 있다. 다만, 대부분 서비스는 본업인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검색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도 계열사 체계에 속해 있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산하에는 구글 이외에도 의료, 인터넷 접속, 비상장 기업 투자, 약물전달 기술, 지속가능 농업, 자율주행, 드론활용 배달, 초혁신기술개발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이 있다. 구글 스스로도 하나의 모기업으로서 3차원 지도, 항공사진, 스마트워치, 유튜브, 인공지능 핵심 기술, 온라인 광고 등을 맡은 자회사들을 두고 있다. 이렇게 살펴본 구글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은 개인의 일상에 밀착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추구하는 한국의 플랫폼과는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 일단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 확보와 다양한 글로벌 서비스의 개발, 보급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플랫폼 기업의 모바일메신저, 웹툰 등이 이미 글로벌 진출에 성공했듯, 앞으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별한 서비스를 해외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국내 의존을 줄여가는 것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사회적 책임 요구에도 부응하는 길이 될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