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세계를 강타한 이후 매일 급변하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거대언어모델(LLM)을 선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국내 테크기업은 이런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매일 새로운 응용 서비스를 선보이며 AI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생성형 AI에 대한 과열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생성형 AI 기술 트렌드만 믿고 섣불리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업의 수익창출과 향후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분석기관 CCS 인사이트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 생성형 AI에 대한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생성형 AI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 부담과 규제가 증가, 생성형 AI 기술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벤 우드 CCS 인사이트 수석 분석가는 LLM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빅테크라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별 수익이 없는 상당수 스타트업에게는 LLM을 만들기는커녕 구동하는 비용만으로도 엄청난 치명타가 된다는 견해다.
초거대 AI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명하게 생성형 AI 흐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세와 관점이 필요하다. 기술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독자적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25년간 AI분야 일을 하며 느낀 점은, AI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지나치게 '인공'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지능'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AI는 정의상 사람을 포함한 자연적 지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다. AI 기술로 자동화하고자 하는 '업의 본질' 같은 것이다. 업의 본질을 잘 이해한 다음에 적절한 AI 기술로 구현을 해야 실제로 돈을 받고 팔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자적인 산업 영역에서의 노하우와 끊임없는 데이터 확보, 시장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다. AI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활용해 실질적 서비스를 고안해야 기술도 의미가 있다. 무하유는 초기에 문서 표절검사 서비스를 출시한 후, 표절검사 서비스를 활용해 온 고객이 문서 분석이나 AI 면접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를 보였다는 점을 포착했다. 서비스군을 확장해 고객은 해당 서비스에 AI 기술이 사용됐는지도 모른 채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AI 기술의 기본 요소는 데이터다. 글로벌 AI 전문 서비스 홍수 속에서 흔들림 없는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마다 갖고 있는 경험과, 경험을 토대로 축적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고유의 영역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를 특화한 기업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투자자도 이같은 강점을 보유한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뚜렷한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초거대 AI 기술들은 일반지능(General Intelligence)을 내세우며 도리어 특화된 AI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의 가려운 곳(Pain Point)을 잘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