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야권 운동가, 푸틴 대선 출마 공식화 직전 '감옥서 실종'

“감옥서 '反 푸틴 운동' 준비”

지난해 10월 공개된 수감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공개된 수감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푸틴의 정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감옥에서 사라졌다. 특히 그의 실종 시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내년 대선 출마 발표 직전이라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최근 예정돼 있던 두 차례 법원 화상 심리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측근들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나발니 보좌진은 “그는 지난 8월 이미 복역 중이던 11년 6개월 형에 19년 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며 “(그가 있던) IK-2 직원들은 나발니가 더는 이곳의 수감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를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감 소식을 들은 뒤 다른 교도소에도 수소문했지만 행방이 묘연하다는 설명이다.

측근은 이 같은 실종이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와 연락이 닿지 않기 시작한 시점이 8일, 푸틴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 직전이라는 점 때문이다. 나발니를 필두로 한 야권 운동가들이 최근 준비하고 있는 '반(反) 푸틴' 캠페인과 관련됐다는 주장이다.

레오니드 볼코프 나발니 보좌관은 엑스(X · 옛 트위터)를 통해 “0%의 우연, 이건 100% 크렘린으로부터 온 직접적인 정치 통제”라며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대선의 주요 상대가 누구일지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는 나발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나발니는 2020년 독극물 테러 이후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최근 건강이 다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대변인은 “나발니가 어지럼증으로 바닥에 누워있었고 교도소 직원이 약을 먹였다”면서 “그는 영양실조로 쓰러진 듯 보였다”고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