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과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은 CEO 경영승계 절차 개선 이외에도 '이사회 권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사회가 경영진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거수기 노릇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큰 파급을 일으킨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딧스위스(CS) 사태 등의 발생원인이 근본적으로 은행 지배구조 실패에 있다고 당국은 해석했다. 국내 금융 시스템에서도 각종 리스크 요인을 경영진이 관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새로운 원칙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전체 은행권에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을 공유하고,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모범관행 최종안은 추후 지배구조에 관한 금감원의 감독 및 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형식적 이사회 개편... 인력 강화 원칙 세운다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은 강제 적용 사항은 아니다. 각 은행이 받아들일지 여부를 개별 고려할 수 있지만 추후 금감원 감독 검사 가이드라인에 활용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금융지주와 은행이 빠른 수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뚜렷한 변화 중 하나는 '사외이사 전담 지원조직' 설치에 관한 내용이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그 기능과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에 대한 충실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원칙을 우선에 뒀다.
구체적으로는 독립 전담조직(이사회사무국)을 이사회 산하에 설치해 이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직은 이사회의 요구사항 처리, 정보제공 등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총괄자는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또한 책임자의 임면시 이사회가 선임 과정에 참여하거나 임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평가에도 참여하도록 해 권한을 보장하도록 했다.
△'학계·금융' 편중 이사회 구성도 손본다
다양한 직군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사회 '집합적 정합성'에 대해서도 손본다. 현재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은 학계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금융계 11%로 집계, 학계 편중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 사외이사 구성인원 61.8%가 금융·경제·경영 전문분야 인물로, 정보기술(IT)이나 소비자 분야 사외이사를 보유하지 못한 은행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드 스킬 매트릭스(Board Skill Matrix)'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금융, 준법, IT/디지털 등 이사회 필수역량을 정리하고 이사회 구성원이 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지 정리할 수 있는 지표다. 이를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밖에 사외이사 평가에 대해서도 출석률, 교육연수 참여 횟수, 중요발언 빈도 등으로 정량지표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가급적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공정성·객관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