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 동맹'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가, 정상 간 성명에 이를 명시한 것은 두 나라 모두 처음이다. 양국은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설, 핵심 품목 공급망 회복력 증진을 위한 정부 간 지식·정보 교류 증진 등을 추진한다.
국제 외교에서 특정 산업 품목을 바탕으로 나라 간 '동맹(alliance)'을 맺는 것은 드문 일이다. 주요 산업 공급망의 의미를 민간 기업 간 협력 관계를 넘어 국가 간 정식 의제로 본 것이다.
지난 수년간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졌다. 일본의 대한국 소재 수출 제한부터 미·중 대립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됐다. 제조업을 보유한 나라에서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차원에서 한·네덜란드 간 반도체 동맹은 시의적절한 대응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동맹의 효과를 키우고, 범위를 넓히는 후속 작업이다. 두 나라 기업 간에 실질적인 사업·연구개발 협력이 이뤄지도록 불필요한 규제 프로세스는 단순화해야 한다.
제2, 제3의 글로벌 공급망 동맹 구축도 필요하다. 특정국 의존도가 높으면 리스크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마침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산업 공급망 전략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특정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제조업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경쟁력 극대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급망 동맹을 넓혀야 한다.
이호준 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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