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첨단 유망산업에서 특정국 중심의 협력·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질서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을 비롯해 세계 주요 선진국이 자국 내 공급망 내재화에 속속 나서면서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방지법(IRA),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를 각각 내세웠다. 이에 맞서 각국은 첨단 반도체, 그린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여러 산업에서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두 경쟁에 속속 나서는 추세다.
과거 여러 유망산업에서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격한 중국은 이제 강력한 경쟁국으로 자리 잡았다. 규모의 경제를 강점으로 저가 제품에서 점차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우위를 가진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몇 년 전부터 강조된 '친환경성'도 눈앞에 닥친 리스크로 변하고 있다. 유럽을 필두로 탄소중립을 위한 각국의 규제 강도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 때문에 미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신속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산업기술 환경예측'을 실시하고 있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8조에 따라 장기적인 산업 발전 지원을 위해 산업별 동향 및 제반환경 조사·분석을 실시해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망을 제시하고 추진과제를 도출한다.
올해는 최근 3년간 KIAT가 선정한 10대 유망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전략산업 분야를 분석해 5개 산업분야의 미래 환경을 예측했다. 이번에 선정된 산업은 △첨단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그린 배터리 △수소 에너지 △디스플레이다.
연구자 중심의 분과위원회는 물론 협·단체, 기업 연구원, 교수, 출연연, 투자자(VC), PD 등 산·학·연에서 전문가 56명이 참여해 조사한 결과다. 이들은 5개 산업 협·단체에 속한 총 1430개 업체를 대상으로 총 232건의 회신을 받고, 이를 결과에 반영했다. 또 10개 기업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했다.
KIAT 측은 “미·중 갈등 심화, 러-우 전쟁 장기화, 이-팔 전쟁 발발 등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불안, 인플레이션 심화가 동반한 통화 긴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탄소중립 등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하는 상황”이라면서 “신산업·기술에 대한 미래 전망을 기반으로 유망산업의 주요 이슈를 발굴해 이에 대응하는 정책과제를 도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