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출시는 AI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데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했다. 많은 빅테크 기업은 초연결지능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파괴적 혁신의 첨병으로 자리잡았다.
기술혁신이론에서 이러한 신범용적 기술이 등장하는 혁신의 흐름을 이해하는 'S-곡선' 또는 기술수용곡선 관점에서 보면, AI 기술들은 초기부터 오랜 시간동안 연구개발단계에 정체돼 있다가 범용적 서비스로 자리잡으며 폭발적인 성장궤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알파고 이후 딥마인드의 새로운 AI모델인 구글 '제미나이'는 다양한 텍스트 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데이터를 입력받아 결과를 낼 수 있는 모델로 멀티모달 서비스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후발주자로 인식되는 메타와 IBM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AI모델을 추진하는 데 있어 AI기업과 연구기관 등 50개사와 함께 'AI 얼라이언스'을 결성해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인공지능인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대화형 AI서비스 확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글로벌 빅데크 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과 미래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챗GPT도 우리에게는 일종의 일상의 일을 대신해 주는 에이전트라 볼 수 있다. 빌게이츠 MS 창업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어를 이해하며 사용자에 대한 주변의 지식과 데이터를 학습해 나가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AI스피커 '알렉사', '기가지니', '누구', '헤이카카오' '클로바' 등 날씨부터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에이전트도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향후 AI 산업의 발전은 생성형에서 자율형 에이전트(Autonomous AI)로 발전해 나갈 것이며, 다수의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력하고 스스로 사고하며 학습하는 멀티에이전트(다중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 시점의 에이전트들은 이미 냉장고나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과 같은 가전제품의 사물로 스스로 제어하고 학습하는 수준이지만, 더 나아가 에이전트 상호간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최적화된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멀티에이전트의 협업은 AI와 사물인터넷(IoT)이 결합한 지능형사물인터넷(AIoT)에서 활용되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AIoT 시장은 2023년부터 연 40.6%의 성장률과 함께 2028년에는 약 912억 달러의 규모로 전망된다. 맥킨지앤컴퍼니는 2030년 IoT글로벌 경제가치는 12조6000억달러로 보고 있다.
한국 IDC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연평균 7.8% 성장률로 2025년에는 약 38조1709억원의 시장규모를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프라 개발 측면에서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육성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많은 정책적 노력이 국가차원에서 필요해 보인다.
◇AI 에이전트 대중화를 위해 범부처 컨트롤타워 필요
이러한 AI 에이전트 서비스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테스트베드 조성을 위해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핵심국정과제의 실행기구로 출범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을 통해, 높은 수요와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현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대중화를 위한 혁신플랫폼의 컨트롤타워로서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민간분야까지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분야도 함께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특히 AI 서비스가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기술독점권을 갖게 되는데 있어 많은 우려가 있는 가운데 '디지털 권리장전' 등을 강조하며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민간과 공공간의 혁신역량과 투자격차를 줄이는 중앙집중형 거버넌스는 초연결지능사회를 준비하는 새로운 디지털 규범과 질서를 정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디지털정부서비스 뿐만 아니라 AI가 산업차원의 민간서비스 영역에서도 필요한 거버넌스 체계로 인식돼야 한다.
◇AI기반 산업가치사슬 재편을 위한 데이터 유통·거래 활성화
새로운 산업 가치사슬 관점이 재편되면서, 특히 LLM 에이전트들이 AIoT들과 어떻게 연계해 다양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어떠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해 주는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AI 서비스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본적인 인프라인 AI 반도체 개발부터 이를 수요에 맞게 제공하는 특정산업의 서비스에 필요한 특화된 에이전트 개발까지, 가능한 새로운 AI기반의 산업가치사슬의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성공적인 글로벌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국내 데이터 거래·유통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지원정책들이 발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 또한 데이터산업법 시행으로 기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유통·거래체계가 만들어져 나가고 있으나, 향후 다양한 IoT센서들을 통해 수집되는 최신 데이터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이를 산업화 시키는데 있어 퍼스트무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국가지원형 실증형 AI 리빙랩 조성을 통한 혁신의 장 마련
앞서 설명한 범부처 컨트롤타워 리더십과 AI 에이전트 개발을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공공·민간형 비즈니스 모델을 실증할 수 있는 혁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증형 AI 리빙랩 조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공 AI서비스를 실증하는 리빙랩은 공공·민간 그리고 사용자 또는 시민이 함께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대상으로 기획·개발·활용까지 단계별로 실증해 나가는 공동의 생활 실험실로 정의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문제를 AI기술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수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법·제도차원에서 보완해 나가며, 성공적인 서비스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공공차원에서 혁신 생태계조성을 위한 민간협력 파트너십과 함께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양손잡이 AI 융합형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연구·교육 혁신생태계 조성
새로운 융합형 인재양성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산업별 전문지식과 디지털 기술을 겸비하는 인재는 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 기술개발과 함께 서비스 활용에 따른 사회적 임펙트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사고를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2018년부터 국내 최초로 AIoT 서비스융합 석박사과정을 신설·운영하고 있는 데 새로운 IoT기반의 AI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나가며 이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역량과 창의적 기업가정신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간단한 사물과 대화하기부터 다양한 분야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문제해결형 기반의 실용적 교육의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교육 커리큘럼을 활성화하는데 있어서는 민간·공공부문에서 필요한 공급형 인재양성도 중요하나,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융합형 인재가 연구·교육 생태계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교육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분야의 데이터를 비롯하여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 나가며, 이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수 있는 퍼스트무버의 안목을 갖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jhoonlee@yonsei.ac.kr
〈필자〉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이자 DT기술경영 센터장이다. 현재 서울시 디지털명예시장과 기술경영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다. 국가 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소속 데이터 개방·활용 전문위원회 위원장, 국가데이터 정책위원회 생산·공유 분과위원회에서 실무위원 등 국내외 디지털전환 정책 및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2023년부터 UN HABITAT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람중심의 스미트도시 구현을 위한 국제가이드라인'의 전문가그룹에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