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발표된지 1년이 지났다. 챗GPT를 통해 자동으로 문서를 만들거나 자료를 분석하고 영상을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업무의 생산성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AI에 의해 위협받는 직업들이 생기기도 했다.
챗GPT는 문서 분석 및 생성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코드를 생성하고 분석하는 기능을 갖췄다. 챗GPT나 깃허브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AI 도구들은 사용자가 제시한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된 코드를 제시할 수 있다.
젯브레인스라는 개발자 도구 전문업체는 최근에 SW개발자들이 AI 도구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 조사해 '개발자 생태계 현황 2023'에 발표한 바 있다. 세계 2만6000여명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AI 도구들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조사했는 데 응답자 중 챗GPT를 사용중이거나 사용해 본 사람이 각각 77%와 20%로 나타났다.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3%에 불과했다. 개발자들은 코드 작성과 분석, 테스팅, 문서화 등을 위해 챗GPT를 사용했는 데, 이것이 생산성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SW개발자들이 AI 도구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 도구들은 SW개발을 대체할 수준이 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W 디버깅 능력, SW 개발 도구에 대한 이해, 적용분야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 등에서 AI 도구들이 개발자보다 부족하다고 평가되곤 한다.
챗GPT는 문서와 코드 작성, 요약, 데이터 자동 입력, 그래픽 디자인, 자동 번역, 고객 상담, 경리 처리와 같은 영역에서는 사람이 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전 문서와 데이터로 훈련된 AI 도구들은 비교적 정형적이면서 반복적인 작업에 대해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는 얘기다.
반면, 작업 영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거나 이전 처리 방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AI 도구가 사람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AI 도구들은 대단히 많은 문서, 영상, 그리고 프로그램 코드와 같은 입력 데이터를 이용해 훈련됐다. 이와 달리 사람은 '말과 유사하면서 목이 아주 긴 동물'과 같은 설명과 사진 한 두 장을 보는 것으로도 기린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많은 데이터로 훈련받는 대신 사람과 같은 논리적 인식 능력을 갖추는 장치들을 '일반 인공 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스템으로 구분한다. AGI 시스템은 언제쯤 나타날 수 있을까? 빠르면 2030년경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계가 그렇게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이사진간 AI발전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있어 대표이사가 해임됐다가 복직한 일도 있었다. AI 분야 지도자간에도 AI 기술 진행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I 기술의 진화 속도가 어떻게 되든 컴퓨터 전문가의 업무는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I 기술의 도전을 받더라도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SW 개발자도 단순한 코딩이나 문서 작성과 같은 작업은 AI 도구에 위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개발자는 보다 창의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김낙현 한국외국어대 SW중심대학 사업단장 (컴퓨터공학부 교수) nhki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