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양군 인구는 2023년 11월 현재 1만5704명이다. 지난해 대비 318명이 줄었다. 이런 추세면 2055년엔 전국 시군 최초(울릉 제외) 인구 1만명 선이 붕괴된다. 영양군이 양수발전소 유치에 사활을 건 이유다.
양수발전소를 유치하면 발전소 관계인력 유입과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을 살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양군에 가면 특이한 광경을 볼 수 있다. 길거리를 지나는 군민 가슴에 '나는 유치위원이다'라는 배지를 달고 있다. 점포마다 '양수발전소 유치를 간절히 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고, 도로에는 '하나의 영양, 모두의 염원 양수발전소 유치'라는 현수막이 빼곡하다.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둔 영양군이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양수발전소 유치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양수발전소 우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전국 각 지자체간 유치경쟁이 치열하지만 주민 수용성에 있어서 만큼은 영양군을 따라올 곳이 없다.
특히 영양군의 양수발전소 유치활동은 타 시군과 달리 민간이 주도했다. 정부가 올해초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한 이후 양수발전소 유치 필요성을 느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각 읍면에 유치위원회를 꾸렸고, 한달도 채 안돼 300여명이 참여하는 양수발전소 영양군 유치를 위한 범군민 유치위원회가 전격 출범했다.
유치 염원이 간절한 만큼 유치활동 역시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있다. '나도 유치위원이다'라는 슬로건을 포함, 총 27가지 창의적 유치활동을 추진했다.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열정이 아이디어로 표출된 것이다. '나도 유치위원이다' 홍보 배지 1만개는 금새 물량이 바닥나 스티커형 배지 5만장을 부랴부랴 추가 제작했다.
유치활동 초기엔 양수발전소 원리와 유치 당위성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반상회보 안내와 관내 모든 세대에 영양군수 호소문을 발송했고, 리플릿과 전단물도 영양군 인구의 두배에 가까운 3만부를 제작·배포했다.
열기가 확산되자 각종 단체가 앞다퉈 유치환영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 수가 무려 517개나 됐다. 교량 깃발 600개와 읍면 소재지에 가로기·배너 900개를 설치, 유치 분위기를 띄웠다. 주요 길목 13곳에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다.
소상공인은 '1업소 1현수막' 게시 운동으로 유치활동에 동참했다. 식당 등 170여곳이 참여했다. 지난 여름 유치 문구가 새겨진 우산과 부채도 제작했고, 산나물 축제 기간 'I LOVE YEONG YANG'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손목밴드는 인기폭발이었다.
영양군 초입에는 볏짚단으로 만든 이색 홍보물이 눈길을 끌고, 군청 직원과 유치위원 800명은 휴대전화 통화 대기음을 유치홍보 음원으로 설정, 일상 홍보를 강화했다. 홍보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와 조끼는 관내 각종 행사에서도 빛을 발했다.
범군민 유치위는 매주 한두차례 릴레이 거리 캠페인을 벌였고, 인증샷을 게시하는 범군민 챌린지는 남녀노소없이 폭발적인 참여로 현재까지 1728건에 달했다.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열린 유치결의대회에는 1만4000명이 모였다. 거의 모든 군민이 결의대회에 참석할 정도로 유치 열기는 정점을 찍었다.
유치 서명운동과 여론조사에는 간절한 유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5월부터 40일간 진행한 서명운동 결과 중복자와 관외자,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도 전군민의 87.74%가 서명에 참여했다. 경쟁 시·군중 유일하게 공신력있는 기관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96.9% 찬성율을 보였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유치활동 지난 9개월은 군민들께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전국에 마지막 남은 대용량 발전으로 동일 용량의 분산 건설 대비 우수한 경제성(9000억원 절감)과 개발행위 제한이 없는 환경 적합성, 저렴한 부지 비용과 우선 가능 확보 부지가 97%가 되는 등 천혜의 입지조건을 자랑하는 영양군이 양수발전소가 유치되도록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