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자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호주 최악의 연쇄 살인마'라는 오명 속에서 20년간 복역한 여성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데일리 뉴사우스웨일스(NSW) 법무장관은 이날 살인죄로 20년을 복역해온 캐슬린 폴비그를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생후 19일∼18개월 된 자신의 두 아들과 두 딸 가운데 셋을 살해하고 1명을 과실치사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03년 재판에서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아 징역 40년 형을 선고받았다.
폴비그의 네 자녀는 모두 생후 20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첫 아이 케일럽이 생후 19일 만에 요람에서 죽은 채 발견된 이후 패트릭·사라·로라가 각각 생후 8개월, 10개월, 19개월 만에 사망했다.
남편 크레이그 폴비그는 아이들 사망 이후 아내가 적은 일기를 경찰에 넘겼고 폴비그는 자녀를 질식사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호주 역사상 '최악의 여성 연쇄살인범'으로 낙인찍혔지만 꾸준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왔다.
그러던 중 2021년 숨진 두 딸에게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의학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청원을 올렸고 NSW주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전직 NSW 대법원장인 톰 배서스트 판사가 조사에 나섰다.
배서스트 전 판사는 사망한 아이 중 3명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를 발견했다며 아이들의 죽음이 자연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딸은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으로 죽음을, 두 아들은 원인 모를 사지마비로 한순간 목숨을 경각에 이르게 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폴비그에 내려진 유죄 평결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배서스트 전 판사의 조사 결과에 데일리 장관은 NSW 주지사에게 폴비그 씨의 사면을 권고했고, 이날 사면이 이뤄졌다.
데일리 장관은 “유죄 판결에 합리적 의심이 있다는 배서스트 전 판사의 결론을 고려해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폴비그를 석방할 가장 빠른 방법이 사면이라는 이유로 사면 처리됐으나 아직 무죄 판단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가 무죄 판단을 받으려면 배서스트 전 판사가 형사항소법원에 재심을 청구해야 한다.
현지 언론은 그가 항소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NSW주 정부로부터 수백만 호주달러(수십억 원)의 배상금이나 위로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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