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 신임 원장이 선임됐다.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표준연은 이전 기관장의 임기 만료로부터 10개월만, 기계연은 8개월 만에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일부 사례가 아니다. 이번 정부들어 새로 원장을 받은 많은 기관들이 반 년 넘게 기다림의 시간을 가진 경우가 부지기수다.
약속된 임기를 마치고도 후임자가 없어 자동으로 임기가 연장된 기존 원장들은 기관 운영상 큰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기관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 있는 것도 아닌 '공회전'의 시기가 장기간 이어진 것이다.
기자는 이것이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심 부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인선에 대한 웃선의 '시그널'이 없다면 출연연 기관장 선임 절차 이행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발을 떼던 시점에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달 말에는 대통령이 직접 한 간담회 석상에서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인 사례는 없다”며 “부모가 애들 가르치는데 쓰듯, 국가도 미래를 위해서 과학에 투자하는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과학은 국가 발전의 초석, 이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의 투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말들을 그대로 믿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올해는 과학기술계에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내년도 R&D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큰 폭으로 금액을 깎는 보기 드문 사태가 벌어져, 과기계는 물론이고 온 국가를 뒤흔들었다.
대통령은 이를 '투자 축소'가 아닌 '재정혁신' 차원이라고 강조했지만 기자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과학기술계, 나아가 많은 국민들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정부는 정말, 과학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는 것일까.
사실 시간대를 조금 더 앞으로 돌려보면 좋은 일면도 있었다. 꼬박 1년 전인 지난해 말에는 출연연 블라인드 채용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연구기관 블라인드 채용은 유망한 연구인력 확보에 장애가 되는 요소였고, 이것의 폐지는 호평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런 개선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일까.
곧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된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과학기술에의 '진심'을 새롭게 입증할 또 다른 1년의 시작이다. 정부의 노력과 성과로 기자, 과학기술계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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