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오는 2026년 세계 최초로 수소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해 800마력을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개발해 100대만 한정 생산한다. 판매 규모에서 세계 3대 완성차 업체에 오른 현대차가 전동화 기술에서도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포니 쿠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수소전기 콘셉트카 'N 비전 74'를 2026년 상반기 100대만 양산하기로 결정하고, 협력사와 세부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N 비전 74의 양산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실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N 비전 74 양산 결정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영입해 2015년 고성능 N 브랜드를 출범시키는 등 그룹의 고성능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올해는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양산하는 등 N 브랜드를 아이오닉(친환경), 제네시스(프리미엄)과 함께 그룹 성장의 3대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신차의 큰 틀은 현대차가 지난해 7월 공개한 N 비전 74를 기반으로 삼는다. N 비전 74는 1974년 데뷔한 포니 쿠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로, 현대차 고성능 N의 움직이는 연구소 '롤링 랩'으로 개발됐다. 이 차는 수소 연료전지를 주 동력원으로 배터리 팩에 전력을 충전했다가 필요한 상황에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내연기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현대차가 양산형의 목표로 삼은 스펙은 기존 콘셉트카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뛰어넘는다. 별도의 신규 플랫폼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800마력을 구현한다. 기존 콘셉트카의 680마력보다 120마력가량 높다.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은 3초대다.
기존 슈퍼카를 뛰어넘는 고출력을 강조한 만큼 경제성이나 실용성보다는 초고성능 실현에 개발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항속거리는 콘셉트카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가 제시한 콘셉트카의 항속거리는 600㎞ 이상이며, 양산형의 항속거리 목표치는 400~500㎞로 조정했다.
100대 한정판이라는 파격적인 판매 전략도 주목된다. 많이 팔리는 차를 위주로 신차를 개발한 현대차의 제품 전략과 상반된 행보다.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수익이 적더라도 N 비전 74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질적 성장에 나서려는 의도다.
현대차는 N 비전 74 양산형 전체 생산 물량 100대 가운데 70여대를 일반에 판매하고 나머지 30여대는 경주용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북미나 유럽 등에서 열리는 유명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해 고성능 브랜드 N을 알리기 위해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N 비전 74 양산형이 나온다면 굳이 판매 대수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극한의 성능에 도전하는 슈퍼카로 상징적인 의미가 커 투자 대비 충분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