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산업단지, 스마트 물류로 거듭난다…조선·해양 구조물 운송 스마트 물류 플랫폼 개발 추진

대불산업단지 전경.
대불산업단지 전경.

공장이 문을 닫는 시간, 더욱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기온이 영하를 밑도는 겨울밤이지만, 밤 10시가 넘어서야 일반도로를 통한 이송이 가능한 조선·해양 구조물 물류 특성상 대불산단은 더욱 분주해진다. 무게 500톤, 건물 6층 높이의 초대형 선박 블록 운송은 산업물류 현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전세계적으로 조선업 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조선해양 구조물 제작에 특화되어 있는 대불산단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소조선 기업이 주로 모여있는 대불산업단지는 중·대형조선소를 대상으로 블록과 철의장을 공급하는 조선업 생태계의 핵심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전남 서남권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0여년간의 불황을 딛고 조선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대불산업단지에 위치한 기업에게도 일감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불황기 동안 핵심인력의 유출, 관련 시설.장비의 노후화, 지원 시스템의 미비 등에 발목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도 전남도, 영암군이 적극적으로 준비한 덕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산업단지 대개조 사업'에 선정되고 '스마트 그린산단'에 지정되면서 대불산업단지가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시설개선, 인력양성, 복지, 안전, 산업구조 개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타 산업단지과 달리 특수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물류 분야이다.

타 산업영역이 로봇, 인공지능(AI), 비전인식 등을 통해 물류 2.5단계에서 4.0단계로 이행해 나가고 있을 때 고중량·초대형 구조물의 운송은 여러 가지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1.5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해양 구조물 운송은 화물의 특수성은 물론, 단거리 육상 및 해상 운송이라는 운송 경로의 특수성,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만 운송이 가능한 운송환경의 특수성, 트랜스포터라고 불리우는 전용 이송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운송장비의 특수성, 도크 운영일정에 맞춘 납기라는 운송시점의 특수성 등 기존 물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늦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자리해왔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올해부터 3년간 추진하는 '대불산단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및 운영사업'을 통해 조선·해양 구조물 물류의 특수성을 반영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 설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설계단계부터 산단 기업의 참여로 진행하는 스마트 물류 플랫폼은 생산 및 물류 기업을 위한 물류 지원 및 자원관리 서비스, 산단 전체에 대한 물류 관제, 통합적인 안전관리를 구축하고, 디지털 트윈, 비전(Vision) 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 기술 접목으로 대불산단 물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구축하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단순 개발이 아닌 2026년 실증을 통한 고도화 및 2029년까지 운영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불산단 기업의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기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인용 진흥원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 현대삼호중공업, 대한조선의 도움으로 구축되는 스마트 물류 플랫폼은 대불산업단지가 지난 30년을 기반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 예상된다”며 “스마트 물류 플랫폼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나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