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가톨릭 사제의 동성 커플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이날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이 선언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신앙교리성은 “축복은 모든 규정에 어긋난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교황청은 지난 2021년 동성애에 대해 교회의 교리를 훼손한다며 축복할 수 없다는 교리를 선언했지만, 이번 선언문을 통해 입장을 바꿨다.
다만,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서는 안되며,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 선언문을 발표한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신앙교리성 장관(추기경)은 “축복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힌 것은 진정한 발전이자 축복의 목회적 의미에 대한 명확하고 획기적인 기여”라며 “교황 성하의 목회적 비전에 기반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선언이 (이성 간) 혼인성사와 혼동될 수 있는 예배 의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교리를 수정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 공동체를 돌보는 미국의 유명한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 신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사목활동에 주요한 진전”이라며 “하느님이 사랑하는 관계에 존재하기를 바라는 많은 동성커플 신자들의 깊은 소망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