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통령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약탈적 가격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개인택시 기사의 의견을 계기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경쟁자를 다 없애는 행위'를 지적하며 해결을 촉구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안에는 짧은 시간임에도 환영할만한 조치가 담겼다. 하지만, 가맹택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은 우려스럽다. 가맹택시의 실질 수수료 인하는 더 많은 택시의 카카오 가맹을 촉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카카오 택시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면 마냥 반가워하기는 어렵다.
우려되는 문제는 가맹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다. 가맹 서비스는 플랫폼 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택시에 대해 제공하는 특별한 서비스다. 택시기사가 수수료를 내며 플랫폼에 기대하는 특별한 서비스란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특히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시간대에 콜을 가맹기사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 이들 수익증가에 기여했다. 가맹수수료 인하로 더 많은 택시가 카카오의 가맹서비스에 가입한다면, 기존 가맹 택시가 누리던 특별함은 희석돼 버릴 가능성이 크다. 가맹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
수수료만 인하하고 가맹택시를 추가적으로 모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수수료 인하가 택시 플랫폼 시장에 경쟁을 몰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택시 시장은 카카오 플랫폼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경쟁은 존재하지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은 카카오가 수수료를 낮춘다면 다른 경쟁자는 가맹 택시를 모집하기 위해 더 낮은 수수료를 제안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쟁상황에서 경쟁 플랫폼사가 수익없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택시 플랫폼 등장 초기부터 무료로 중개 시장이 형성된 탓에 수익을 축적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맹사업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를 낮춘다면 경쟁 사업자들은 더 낮은 가격 혹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택시를 유치하기 어렵다. 결국 자본력이 풍부한 기업만 시장에 남게 된다.
오늘날 택시 시장의 문제를 하나로 좁히자면, 경쟁의 부재다. 대통령의 지적도 이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대안을 내놓은 점을 미뤄볼 때 수수료 인하는 기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였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의도와 달리 경쟁사들의 시장 퇴출 압력을 높여 경쟁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몇 차례 공정위의 불공정 지적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우려스럽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특성상 모든 행위를 제도로 일일이 규제하기 어렵다. 자율규제 방식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세세한 부분을 스스로 규율한 자정체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번 상생안에 충분히 고려돼야 하는 점이다. 상생은 힘쎈 누군가가 약한 자를 배려하는 개념이 아니다. 모두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 어떤 경쟁우위도 영원하지 않고, 경쟁력은 경쟁할 때 나온다. '경쟁의 회복'을 중심으로 보완전략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다. 그것이 카카오를 위한 상생방안일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