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은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에게 '계륵' 같은 곳이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 420만대를 기록한 글로벌 4위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에서 많은 수입차가 진입을 시도하지만 성공의 깃발을 꽂은 업체는 손에 꼽힌다. 치솟는 고물가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면서 적자 누적에 눈물을 머금고 철수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한국 기업 중에서도 현대자동차가 2001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8년 만인 2009년 실적 부진 속에 철수를 선언했다. 미국,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존재감도 미미하다.
독일 업체도 BMW가 일본에서 프리미엄 소형차 '미니' 브랜드로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선정한 올해 수입차 브랜드 3위에 올랐지만 1~10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계 자동차 브랜드다.
이러한 가운데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공불락' 일본 자동차 시장 공략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앞서 현대차는 2022년 일본 자동차 시장에 재진출했다.
장 사장은 현대차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과 함께 일본 공략의 키포인트를 '콤팩트' 전기차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콤팩트 전기차는 일본에 적합한 초소형 전기차를 말한다. 장 사장은 '코나EV'와 함께 차체는 작고 더욱 저렴한 초소형 전기차 '캐스퍼' 등의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일본에서 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전기 버스를 새롭게 출시하겠다는 것이 장 사장의 전략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일본 시장에서 소형 전기차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코나 등 소형 전기차를 2500만원대 가격에 제시하며 일본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을 '수입차 무덤'으로 꼽는다. 대부분 전문가가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면 경제성이 뛰어난 경형 전기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전략은 적절해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전기차 시장 개척을 꾀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전략이 들어맞는다면 지속 성장하는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사례를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현대차는 일본 시장 재진출 성공을 위한 변곡점에 있다. 그 결과는 현지 수요 맞춤형 전기차 사업 전략의 성패에 달렸다. 현대차가 세계 3위 글로벌 판매 그룹에 오른 성장 경험을 발판 삼아 전기차로 일본 시장에 안착하길 기대한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