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인플레이션 긴장 풀기엔 일러, 현 통화정책 기조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를 반영해 현행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새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에 수렴하는 시기를 내년 말 또는 2025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지난해 7월 6.3%까지 높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1월 중 3.3%로 크게 둔화했으며, 근원인플레이션도 지난해 11월 4.2%에서 지난달 2.9%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금리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향후 추이와 관련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최종단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 연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시장 기대가 과도하며,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그러는데 아직 불확실성이 있으며, 파월 총재 언급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할 때 상당히 긴축적이며, 오래 가지고 보겠다라는 의미”라면서 “금리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사한 것은 아닐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고 언급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