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를 반영해 현행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새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에 수렴하는 시기를 내년 말 또는 2025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지난해 7월 6.3%까지 높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1월 중 3.3%로 크게 둔화했으며, 근원인플레이션도 지난해 11월 4.2%에서 지난달 2.9%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압력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금리인상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향후 추이와 관련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최종단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 연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시장 기대가 과도하며,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그러는데 아직 불확실성이 있으며, 파월 총재 언급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할 때 상당히 긴축적이며, 오래 가지고 보겠다라는 의미”라면서 “금리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사한 것은 아닐 수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고 언급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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