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허준호, '날카로움 속 따뜻온화, 연기장인의 품격' (인터뷰)[종합]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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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의 여운은 여느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남달랐다. '서울의 봄'으로부터 울려오는 극장의 활기가 노량까지 좀 이어졌으면 싶다” 배우 허준호가 자신이 열연한 영화 '노량'에 대한 감회를 이같이 드러냈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열연한 배우 허준호와 만났다.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과 함께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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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호는 극 중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으로 분했다. 도독 진린(정재영 분)을 비롯한 명 지원군들의 현실주의적 성격과는 달리, 이순신 장군(김윤석 분)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우정을 지닌 인물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극적 사실감을 더했다.

또한 노장군으로서의 꼿꼿함을 잃지 않는 열혈면모는 날선 분위기를 기준으로 다채로운 변화폭을 보이는 허준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서도 또 하나의 새로운 반전으로서 주목됐다. 허준호는 따뜻한 말투와 함께, '노량'이 준 새로운 추억과 기억들을 새롭게 되새기며 '연기장인'으로서의 면모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출연결정?

▲회사를 통해 제안받은 바를 듣고 '왜 세 편이나 찍지?'하는 의아함과 함께, 중국장수를 표현해야 하는 두려움과 반감이 있어서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만나서 캐스팅에 관련해 묻자마자 2시간 반 가량 이순신 장군의 관련 서사를 빈틈없이 강의하더라. 뭔가 요구할 틈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캐스팅이 됐다(웃음)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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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형성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사실고증 등의 어려움은 처음 제안받을 때부터 꼼꼼이 설명해준 김(한민)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다만 저는 대본상 이순신을 향해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전우애를 느낀 등자룡의 감정선에 집중했다

왜 이 둘 사이의 전우애가 그렇게 각별한지, 전우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지 등의 궁금증과 함께 점차 현장에서 그를 표현하려고 했다.

-중국어 연기의 어려움?

▲액션은 기존부터 해오던 것이니만큼, 장수로서의 풍채와 만월도를 다룰 수 있을만큼의 힘을 갖추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다만 대사가 문제였다. 중국 작품을 연기해본 경험이 있지만, 대사 자체를 그저 외울 수 밖에 없었다. 함께 가르쳐주시는 중국어 선생님들에게 음율이나 숨표 등을 의지하면서 제 나름대로 익혔다.

현장에서도 그들의 피드백과 함께 표현을 교정하는 한편, 후시녹음을 더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뭔가 절차가 많아진 것은 맞지만, 그저 재밌게 하고자 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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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의 애드리브는?

▲최근에는 대부분 지문이나 대사에 맞춰나가려고 하다보니, 제 입에 맞지 않는 게 아니라면 굳이 바꾸려하지 않는다.

다만 캐릭터표현 측면에서 노장인 등자룡을 감안해 조금은 굽어진 모습으로 등장하려고 했는데, 김(한민)감독의 지적과 조율 아래 좀 더 꼿꼿한 모습으로 새롭게 접근했다.

-정재영(진린 역), 김윤석(이순신 역) 등 현장 동료들과의 케미는?

▲여느 현장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이어졌다. 모가디슈로 4개월간 매일같이 식사를 나눴던 김윤석 배우를 향한 연기적 호감이 있어 등자룡의 전우애 표현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정재영 배우와는 개인적으로 친한데, 이번 현장에서는 밥만 먹으면 사라지더라. 처음에는 '내가 뭐 서운하게 한 게 있나' 싶을 정도였는데, 알고보니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서였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친구라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었다. 저는 김한민 감독의 꼼꼼성실한 디렉션과 함께 잘 따르려고 했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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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완성본을 본 소회는 어떤지?

▲시사회때 완성본을 봤는데, 모두들 그러하시듯 좋게 봤다. 다만 배우 누구나 그렇듯 '왜 이렇게 조금 나올까' 하는 섭섭함은 있었다(웃음).

북소리의 여운은 여느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남달랐다. 감동 그 자체였고, 한국의 자랑스러움을 느꼈다고나 할까 싶다.

'서울의 봄'으로부터 울려오는 극장의 활기가 노량까지 좀 이어졌으면 싶고, 영화를 꼭 보셨으면 싶었다.

-선악을 떠나 날카로운 캐릭터를 주로 선택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다양한 변신들을 보인다. 배우로서의 캐릭터 접근은?

▲기본적으로 작품 속 캐릭터감을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 그 가운데서 전작의 기운을 최대한 빼고, 좀 더 다르면서도 누군가 안했을 법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것이 작품을 찾는 재미이자, 캐릭터를 찾는 이유가 될 것이라 본다. 또한 배우로서의 몫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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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기경력에도 고민되는 지점은? 원동력은?

▲늘 작품마다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저 넘어가길 바라며 버티는 장면이 아닌, 잘 어울리는 장면의 인물이고자 되려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원동력은 1주일만 돼도 쉬기 어려운 기본적인 성향과 함께, 요즘 보이는 많은 작품들을 즐기면서 느끼는 궁금증이 주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

▲주어지는 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느 순간 현장 스태프나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하는 말들이 알아듣기에나 선택하기 어려울 때가 있게 됐다.

'꼰대가 된 건가' 싶기도 하다(웃음).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다. 요즘 감각에 맞는 사람들이 골라주는 것을 더 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요즘에는 저뿐만 아니라 기획팀 등 회사식구들과 주변인들과 시놉을 함께 읽으며 작품을 택하곤 한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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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호에게 '노량'이 남긴 것?

▲아직도 '대작'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배우로서의 영광이 첫 번째다. 그와 함께 임진왜란 역사에 대한 좀 더 풍성한 부분과, 그를 이루게 하는 화합이라는 것을 좀 더 생각하게 됐다.

-어떠한 배우로 남고 싶은가?

▲보시는 분들이 편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그저 '배우'로 남고 싶다. 물론 대중예술인이니만큼 대작에 쓰일 수 있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지만, 그 핵심은 보시는 분들께 돌리고 싶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