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은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새로운 주파수를 신청하는 마감일이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원 사업자가 1개도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3개 사업자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언론에 보도된 3개 사업자의 진출계획을 보면, 공통적으로 먼저 기업간거래(B2B)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향후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제 4이동통신 사업자가 왜 필요한걸까? 정부는 오랫동안 이동통신 시장 집중도가 높고 경쟁이 정체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래 표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집중도가 높음을 나타내고 있다. 허핀달-허쉬만지수(HHI)는 시장집중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데 OECD평균 대비 국내가 높다.
경쟁 상황 평가에 따르면 향후 5G의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의 점유율 상승 및 주요 이동통신 국가와의 경제 규모 대비 높은 요금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한국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이 부족한 상태로 판단된다. 역대 정부 대부분에서는 서비스와 요금 경쟁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5G 서비스 시작 이후 이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경쟁은 부족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알뜰폰(MVNO)이 등장함으로써 시장 집중도가 다소 완화되고, 정부의 중간요금제 정책이 수용되면서 작은 범위에서 가격 경쟁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5G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등은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도 요금제는 유사하게 유지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5G 투자가 LTE에 비해 미비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고객 만족을 높이는 경쟁보다 서로 눈치를 보는 식의 소극적 경쟁만 남았다.
현재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하고 통신시장의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주파수 할당 공고를 게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 대해 많은 언론과 통신 전문가들은 시장이 이미 포화되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미 인구 대비 가입 가능한 사람은 모두 가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28㎓ 대역이 사업성이 낮고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4 이동통신은 몇 가지 기대효과를 검토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여전히 새로운 가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이다. 다만 그 경쟁의 품질이 낮을 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2022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신규 가입자 수는 약 1300만 명으로, 월 평균 100만 명 정도이다. 동시에 번호 이동 가입자는 약 560만 명, 월 평균 43만 명 정도이며, 기기 변경은 약 900만 명, 월 평균 70만 명 정도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할 때, 약 2000만 명이 새로 가입하거나 번호를 이동하거나 기기를 변경하는 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연간 약 5%씩 점유율을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5년이면 500만명을 확보할 수 있다. 제4이동통신을 지망하는 사업자 모두 저렴한 요금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하다. 다만 기존 이동통신사와의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약 300만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고정 무선 접속(FWA)과 같이 초고속인터넷과 경쟁하는 시장의 신규 수요를 감안하면 무선과 유선 시장에서 성과를 기대 할 수 있다.
둘째,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통신시장발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4 이동통신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코어망을 설치하고 각 지역 핫스팟을 중심으로 설비를 구축해야한다. 거기에 서비스를 위한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한다. 이를 통해 전국에 투자금이 투여되고 고용이 활성화된다.
몇 년 전, KT가 분석한 5G 경제적 파급 효과를 살펴보면 생산 유발액이 58조원이고, 고용 유발 효과는 33만 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존 3.5㎓ 대역을 포함한 것을 감안해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 4 이동통신의 경제효과를 간단히 고민해보면, 전체 5G 시장에서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5%의 점유율을 보인다고 가정해도 2조 9000억원, 고용 유발은 1만 6000명 수준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투입할 예정인 정책 자금 4000억원을 감안해도 정부나 국가 경제에서는 남는 장사다. 거기에 투자비가 확대될수록 높은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4 이동통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관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미 주파수 대가나 구축 요건을 완화했지만 재무적 부분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보다 지속성 확보가 가능한 전략적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28㎓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속성을 감안해 2.3㎓나 3.5㎓ 주파수를 저렴하게 할당하고 서비스와 가격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국내 대기업의 투자 의지가 없음이 확인되었으므로 해외 통신사업자의 투자 유치를 위한 진입 제한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해외 주요 통신사를 유치해 기술, 서비스, 투자 영역의 경쟁을 유도해야 하며 이동통신 시장에 건전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yh.kim81@dgu.ac.kr
〈필자〉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이자 오픈루트 연구위원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