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만이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 수준의 4200만 고객 데이터를 자산으로 AI 기술의 유통 사업 연계, 데이터 커머스 추진 등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을 통해 신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에 특화된 생성형 AI 추진체(LaiLAC)를 구성해 단계적으로 리테일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이를 위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지난 9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스테이지의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유통업에 특화된 롯데쇼핑만의 생성형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생성형 AI를 통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추가 수익창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신규 사업 추진 기반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손잡고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 강화에도 힘쓴다. 롯데쇼핑은 지난 5일 부산 강서구 미음동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위치한 고객풀필먼트센터(CFC) 부지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부산CFC는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적용했고 연면적 약 4만2000㎡(약 1만2500평) 규모의 롯데쇼핑 첫 번째 물류센터다.
부산CFC에서는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수요 예측, 재고 관리부터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매일 최대 33번의 배차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지연없이 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가 온라인 장보기 과정에서 겪어온 상품 변질, 품절, 누락, 오배송, 지연배송 등 불편함을 개선하고 쇼핑 편의성을 향상시켜 고객 만족도를 한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부산CFC의 핵심은 상품을 보관하는 바둑판 모양의 격자형 레일 설비인 '하이브(hive)'와 피킹 및 패킹을 담당하는 로봇인 '봇(bot)'이다. 하이브에는 최대 4만5000개 이상의 품목을 보관할 수 있으며 1000대 이상의 봇들이 하이브 위를 최대 초속 4m로 이동해 상품을 피킹·패킹한다. 봇은 서버와 초당 10회 통신하며 최적화된 경로로 이동해 고객 주문 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또한 국내 소비자의 생활 패턴에 최적화된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신선식품 구매 성향, 밀집된 주거 및 교통 환경 등 한국 생활 환경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냉장 및 냉동식품 구매 성향이 높은 점을 감안해 저온 환경의 상품 보관 및 배송 체계를 확대하고 교통 혼잡이 빈번한 문화를 고려해 국내 배송차량에 적합하도록 맞춤형 프레임을 별도로 개발해 배송 박스 구성도 새롭게 설계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CFC를 전국에 6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부산에 이은 두번째 CFC는 수도권 지역에 건설해 서울, 경기권 고객들에게도 차별화된 쇼핑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