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원장에 한동훈 추천…내년 총선 진두지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최종 낙점됐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이기도 한 한 장관이 '정치 데뷔'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면서 어떤 전략으로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낼 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원장에 한동훈 법무장관을 추천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원장에 한동훈 법무장관을 추천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의견을 종합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맡게 된다면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으로 국민의힘과 대민 정치를 바꿔갈 게 분명하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미 정무직 감각이나 정무적 역할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늦은 오후 한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열고 법무부 장관직도 내려놓았다.

국민의힘은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공식 선임까지 형식적인 절차를 서두를 전망이다.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당 전국위원회 회의 소집 안건을 의결한다. 오는 26일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입성은 처음인 한 위원장 앞에 놓은 과제는 수두룩하다. 일각에서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고 평가할 정도로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하다.

우선 그는 여당의 실질적 대표로서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혼란에 빠진 당의 위기 상황을 수습하면서 당장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총선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선대위 구성도 주요 과제다. 선대위는 일반적으로 공천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선거 전략을 결정하기 위해 구성된다. 3월 중순경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밟은 '쌍특검법'이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은 이날 무조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여기에 명품백 수수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앞서 한 장관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면서 총선 후 조건부 수락을 언급, 야당과의 마찰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 장관이 여당의 실질적 대표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검사당' 이미지가 교착화되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 중 하나다. 검찰 출신 대통령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사법부 출신이 모두 장악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따른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윤 권한대행은 “오히려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통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진솔한 소통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은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수락에 즉각 비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통상 대통령이 먼저 후임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 뒤 이임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그러나 한 장관은 이런 절차들을 모두 무시하고 사임하겠다니 법무행정의 공백은 하등 상관없다는 말이냐”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축하 인사를 건냈다. 이 대표는 “집권여당 책임자로서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잘 수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은 사퇴하면서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로는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과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이노공 법무부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분간 이 차관이 장관 대행업무를 맡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