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14년간 숙원이던 납품대금 연동제가 10월 4일부터 시행됐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가격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대금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오롯이 감내하던 중소기업계는 제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지에 대한 우려 또한 갖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도입 초기 현장의 혼란과 애로를 해소하고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먼저, 원재료비로 국한된 연동제 적용 범위를 노무비와 경비까지 확대해야 한다. 특히 금속·주물·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경우 최근 전기료·가스비 등 에너지 비용 급등에 따라 납품대금 연동제에 전기료가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뿌리산업은 제조원가에서 전기료 비중이 30%에 달하며 영업이익의 43.9%를 전력비로 지출하는 등 전기료 부담이 매우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월 실시한 중소제조업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조사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해에만 27%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87.1%는 인상분을 납품대금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 역시 원재료비와 함께 납품대금을 구성하는 주요항목임에도 연동제 적용범위에서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같은 법령에 근거를 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는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 적용범위를 원재료비는 물론 노무비, 경비까지 촘촘히 포함하고 있다. 동일한 법령에서 '납품대금 제값받기'라는 같은 취지를 가진 두 제도의 적용범위가 상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행 행정기본법에서 규정한 법률간 통일성과 조화성 기준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납품대금 연동제 역시 노무비와 경비까지 확대·적용해 제도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
다음은 납품대금 연동제를 공공조달시장까지 확대·적용해야 한다. 민간계약과 달리 조달계약은 국가계약법이 우선 적용됨에 따라 상생협력법에서 규정한 납품대금 연동제를 적용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물론 계약체결일부터 90일 이후 가격이 3% 이상 증감된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계약금액 조정제도를 활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신청 기준이 엄격하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가격이 10% 이내로 변동하는 경우 적용 가능하다. 즉, 총액이 '1%'만 상승하더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반면, 국가계약법 상 계약금액 조정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총액이 '최소 3% 이상' 상승해야 한다.
이에 더해 자동으로 납품대금이 조정되는 연동제와 달리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신청 서류 준비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로 품목이 많은 업종의 경우 조달청이 요구하는 원가계산서 준비에 수천만원이 들기도 한다. 연동제를 통해 민간시장에서 납품대금을 제값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공공조달시장에도 민간수준의 연동제 도입을 통해 정부의 신속한 가격 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는 말이 있다. 아교풀로 비파나 거문고의 기러기발(줄을 받치고 있는 기둥)을 붙여 놓으면 음조를 바꿀 수 없다는 뜻으로, 규칙에 얽매여 융통성이 없으면 결국엔 일을 그르친다는 말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도입 취지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 대·중소기업은 제도 안착 및 확산에 적극 참여하고,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정부와 국회는 제도를 세심하게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소기업계 14년의 두드림 끝에 도입된 납품대금 연동제, '납품대금 제값받기'라는 도입취지를 살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대표하는 공정거래문화로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대금제값받기위원장 최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