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가 선행을 앞세워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비싸게 팔아치우다 우리돈으로 15억원이 넘는 벌금을 물게 됐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 AGCM은 인플루언서 키아라 페라그니(36)에게 최근 107만 5000유로(약 15억 4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인스타그램에서 30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패션 인플루언서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팡도르 핑크 크리스마스'를 구매하면 토리노 어린이 병원에 기부될 것이며 골육종 및 유잉육종(뼈에 생기는 소아암 질환) 환아 치료를 위한 의료기기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해당 케이크는 페라그니가 디자인한 것이 아닌, 이탈리아 베이커리 업체 발로코가 제조·판매한 제품이었다. 발로코의 클래식 팡도르 가격이 3.7유로(약 5300원)가 되지 않는데 반해, 그의 이름을 달고 출시한 팡도르는 두배가 넘는 9유로(1만 2900원)에 판매됐다.
또한 AGCM 조사 결과 어린이 병원에 기부하는 방식은 페라그니가 홍보했던 것과 달랐다. 발로코 케이크 출시 몇 달 전 병원에 5만 유로(약 7200만원)을 기부하고 페라그니에게는 해당 케이크 홍보금으로 100만 유로(약 14억 3100만원)을 지불한 것이다. 특히 페라그니는 홍보금을 받는 동안 아무런 기부를 하지 않았다.
당국은 발로코가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를 돕는 자선 사업을 이용했다며 업체 측에 불공정한 상거래 혐의로 벌금 4만 2000유로를 부과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17일 “진짜 롤모델은 옷을 입고 가방을 보여주며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며, 심지어 사람들이 자선이라고 믿게 만드는 값비싼 케이크를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페라그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나는 내 아이들에게 실수할 수 있고, 실수를 인정하고, 가능하다면 만회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어린이 병원인 레지나 마르게리타에 100만 유로를 기부하겠다”고 사과했다.
사과에도 네티즌 반응은 냉랭했다. 일부 네티즌은 “기부가 아니다, 돌려주는 것뿐이다”, “(잘못을) 들켰을 때만 사과하는 사람”, “안 걸렸으면 사과를 했겠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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