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5000여 마리도 남지 않은 아프리카 들개 새끼들이 최근 미국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귀여운 강아지가 8마리나 태어났지만 부모 개들이 돌보지 않아 하나둘 죽어가자, 사육사들은 골든 리트리버 새엄마에게 맡겨 3마리를 살려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 있는 포타와토미 동물원은 지난 9월 28일 아프리카 들개 블루와 모리스 사이에서 새끼 8마리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출산은 무사히 마쳤지만 문제는 어미견인 블루가 한 번도 육아의 경험이 없는 '초보 엄마'였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아프리카 들개는 무리지어 살기 때문에 육아에 서툰 어미견이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블루와 모리스는 이를 배울 기회가 없었고 블루가 강아지들을 돌보지 않자 모리스 역시 본체만체하면서 새끼들은 방치됐다.
사육사들은 동물들이 미래에 자율적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방관했지만, 강아지들이 차갑게 죽어가자 결국 개입하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8마리 가운데 3마리가 이미 죽은 상태였다.
사육사들은 미국 전역의 공인된 동물원에서 아프리카 들개 번식 계획을 결정하는 동물원 전문가 그룹인 SSP(African Painted Dog Species Survival Plan)에 강아지들을 살릴 방법을 문의했고, SSP는 강아지들에게 직접 수유하는 대신 유모견을 구하라고 조언했다.
동물 보호 커뮤니티를 통해 연결된 아프리카 들개 강아지들의 유모는 골든 리트리버종인 케시였다. 자신이 낳은 강아지들과 함께 동물원에 도착한 케시는 아프리카 들개 강아지를 넣어주자 몇 시간만에 강아지들을 받아들여주었다.
안타깝게도 5마리 중 2마리가 건강이 악화돼 죽었지만, 3마리는 케시와 사육사들의 24시간 보살핌 아래서 건강을 되찾았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임시 이름으로 블루, 오렌지, 레드라고 부르고 있다.
동물원 측은 “현재는 블루, 오렌지, 레드의 집을 성체들 집 옆에 마련해 아프리카 들개의 습성을 가르치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며 “감정적으로 지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야생 종의 보존을 위해서는 노력해야 할 문제였다. 향후에 새끼들이 자라면 다른 공인 시설로 옮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리카 들개(African painted dog; 학명 Lycaon pictus)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독특한 개과 일종으로 야생에 성체가 7000마리도 남지 않아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일반적인 아프리카 맹수들과 달리 무리 생활을 하며 낮에 사냥을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무리에서 서열이 높은 암컷이 임신을 하고, 임신 기간은 69~73일 정도 된다. 새끼는 최대 16마리를 낳는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