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창업자 5대손이자 현재 에르메스의 최대 주주인 니콜라 푸에슈(80)가 자신의 정원사에게 유산을 상속하겠다고 선언했다.
20일(현지시간) 트리뷴 드 제네바(Tribune de Geneve) 등 스위스 매체에 따르면, 최근 푸에슈는 자신이 설립한 공익재단 '이소크라테스'에 유산을 전액 기부하는 계약을 철회하고 51세 모로코 출신 정원사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푸에슈는 이 정원사에게 최대한 많은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입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로 인정될 경우 기존 유산 계약과는 상관없이 그의 재산 절반을 받을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에르메스 창업자 5대손인 푸에슈는 에르메스의 지분 5.7%를 소유하고 있는 에르메스 최대 주주다. 팬데믹 이후 럭셔리 브랜드 제품의 수요가 급증했고, 브랜드 가치가 치솟으면서 그의 보유한 주식 가치는 120억 유로(약 17조원)까지 올라갔다.
80세 나이로 미혼이고 자녀가 없는 푸에슈는 당초 자신의 재산을 자신이 2011년 설립한 이소크라테스에 기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돌연 이를 취소했다.
그가 정원사에 유산을 상속하려는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평소 정원사를 “매니저이자 전직 정원사, 재주꾼”이라고 칭찬하면서 정원사를 '아들', 정원사의 아내를 '며느리'라고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푸에슈는 코로나19 펜데믹 동안 정원사 부부가 자신을 가족처럼 보살펴 큰 감동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푸에슈가 과거 인연 보다는 현재 가깝게 지내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푸에슈가 에르메스 지분을 놓고 일가친척들과 겪었던 불화도 그의 결정에 일조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2010년대 초부터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자 일가 상속자들은 지분을 모아 대항했지만, 푸에슈는 당시 주요 상속자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이소크라테스 재단은 “최근에야 이 사실(푸에슈가 재단 기부를 철회한다는 소식)을 알게 됐으며,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상속 계약의 일방적인 취소는 무효”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다만 설립자(푸에슈)와 논의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푸에슈가 정원사에게 유산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푸에슈가 거주 중인 스위스의 입양 규정에 따르면, 양부모가 되길 희망하는 자는 '미성년자'인 입양자와 1년 이상 함께 생활해야 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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