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이 '계열사 숫자'를 집중 감시하는 것은 일부 기업집단이 규모 증대를 위해 무분별하게 사업 다각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 크다. 그런데 일각에선 '일부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정부기관 논리)'와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개방형 생태계 조성)'을 마치 동일한 것처럼 여기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문어발식 경영'을 한다는 오명을 쓰는 배경이다.
'계열사 증가'만을 이유로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들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 확장은 이미 확보된 데이터와 데이터과학 역량을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연구도 플랫폼 기업의 사업 확장은 순기능이 크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 연구는 국내 플랫폼 기업 계열의 엔터테인먼트사의 M&A에 따른 경제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콘텐츠 다양성 증가로 인해 음악·스토리·영상 산업의 소비자 후생이 약 564억~794억원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국내 기업들은 재벌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본을 한꺼번에 조달하고, 이를 사업별로 나누는 내부자본시장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재벌들은 공채를 통해 한꺼번에 인력을 조달하고 이를 계열사에 배분하는 내부노동시장을 만들었다. 경제가 성장하며 자본시장과 노동시장이 발달했다. 내부자본시장과 내부노동시장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자 '독점적 지위', '문어발 확장'과 같은 비판도 받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나 데이터 역량이 자본이나 노동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외부의 데이터 시장이 잘 작동하는 사례는 아직 단 한군데도 없다. 데이터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을 통해 데이터가 거래되는 시스템이 과연 등장할 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내부데이터 시장'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계열사와 데이터 및 데이터역량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가 중요한 부분이 플랫폼이다. 결국 플랫폼이 계열사를 늘리면서 다각화를 추구하는 것은 매우 논리적이고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결국 '계열사 숫자'를 근거로 한 플랫폼 기업 비판은 플랫폼 산업의 특성과 소비자 후생 효과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정 플랫폼 기업의 M&A를 엄밀하게 비판하려면, 계열사 숫자와 같은 정량적 지표 외에 M&A의 (비)관련 다각화 여부, 인수 대상 기업과 사업 관련성 및 연결성, 인수 합병에 따른 경제 효과 등 요소를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산업 특성을 고려한 균형잡힌 시각일 것이다.
'독점적 지위', '문어발 확장' 등 온갖 불명예를 떠안은 국내 플랫폼 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억원씩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외국 문어발 플랫폼들과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오해와 편견이 지속된다면 국내 플랫폼 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후생을 잃게 될' 국내 소비자일 것이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hyoungkang@hanyang.ac.kr